준비는 다 돼있다…'JY표 인수합병' 나올까
by김정남 기자
2024.02.06 18:15:07
여러 대형 M&A 매물 스터디 마친 삼성전자
빅테크들 뛰는데…JY 무죄와 함께 속도 낼까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삼성전자(005930)는 한국 기업으로는 거의 유일하게 글로벌 산업계의 최선두에서 경쟁하고 있는 회사다.
컴퍼니스마켓캡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3700억달러(약 491조원)로 세계 23위다. 다만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미국 나스닥에 상장돼 있다면 시총 규모가 훨씬 더 커졌을 것”이라는 말이 많다. ‘대장주’ 마이크로소프트(3조140억달러), 애플(2조9000억달러) 등과는 차이가 있겠지만 다른 빅테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톱10에는 거뜬하게 진입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그런 초일류 기업이 요즘과 같은 인공지능(AI) 산업 전환기에 인수합병(M&A)에 소극적이라는 점은 시장 일각에서 의아하게 여겨 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뉘앙스(AI 음성인식·2021년), 오픈AI(생성형 AI·2023년) 인수 △AMD의 자일링스(AI 반도체 설계·2020년) 인수 △인텔의 모빌아이(자율주행·2017년) 인수 등 산업계를 뒤흔들 만한 수십조원 단위의 M&A가 이어지는 와중에 삼성전자는 유독 조용했기 때문이다. 그런 사이 삼성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TSMC 같은 경쟁사에 다소 뒤처져 있다는 인상을 주게 됐다.
삼성의 한 전직 임원은 “삼성전자는 수십년 동안 굵직한 M&A를 통해 신수종 사업에 진출했던 회사”라며 “최근 10년 가까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현실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난 5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0년 가까이 ‘족쇄’로 작용했던 사법 리스크에서 사실상 벗어나면서 삼성 안팎의 기류가 달라지고 있다. 매물이 있으면 얼마든지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6일 재계 등에 따르면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끄는 사업지원TF는 이 회장의 재판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여러 M&A 매물들에 대한 스터디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이 연초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인 CES에서 3년째 초대형 M&A를 언급한 것은 이같은 준비가 바탕에 있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준비 수준에 그쳤다. 최근 10년을 보면 2014년 8월 스마트싱스, 2016년 11월 하만 정도를 제외하면 삼성전자의 M&A는 공격보다 수비에 치중했다는 평가다. 2018년 케이엔진, 2019년 푸디언트, 2020년 텔레월드 솔루션스 등을 인수했지만, 이들은 미래가 유망한 스타트업인 만큼 신수종 발굴은 아니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해외의 눈으로 보면 이 회장은 수년째 범죄자라는 시선을 받았을 수 있다”며 “해외 출장이든 기업 인수든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던 환경”이라고 했다. 이 회장의 무죄 선고를 기점으로 삼성전자가 사업지원TF, 미래사업기획단 등을 중심으로 M&A를 보는 눈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 회장은 적극적으로 M&A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삼성이 미처 준비하지 못했거나 약한 고리가 있는 분야는 M&A를 통해 사업을 선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기 위해 무리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 역시 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악화 탓에 곳간이 넉넉하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순현금(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단기상각 후 원가금융자산, 장기 정기예금 등-차입금)은 79조6900억원이다. 1년 전보다 25조원 넘게 감소했다. 시설투자, 연구개발(R&D) 등에 들어가야 하는 규모를 빼면 수십조원 단위의 M&A는 부담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최근 반독점 규제 기류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는 점도 변수로 거론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영국 팹리스인 ARM의 인수를 추진했다가 수포로 돌아간 게 대표적이다. 이를 감안하면 반도체 같은 분야에서는 시장을 놀라게 할 만한 인수는 현실적인 난관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