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 끝내고 박물관 문열고…백신 앞세워 일상으로 돌아가는 美
by김정남 기자
2021.04.28 20:13:30
미 CDC 권고 "인파 없으면 마스크 벗어도 돼"
''마스크 미착용'' 첫 언급…일상 복귀 신호탄 쏴
백신 속도전 덕…"이제는 자유로 복귀하는 것"
JP모건, 월가 첫 현장 복귀…씨티 등 줄 이을듯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다음달 문 연다
|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완화한 마스크 착용 지침을 발표한 27일(현지시간) 워싱턴주 올림피아에서 두 여성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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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저지주 북부 버겐카운티에 거주하는 40대 초반의 제이슨씨. 그는 최근 인근 한 실외 연습장에서 골프를 치던 중 색다른 경험을 했다. 그가 연습하던 타석 뒤에서 계속 기다리던 한 남성이 “스트레칭을 더 해야 할 것 같다”며 근래 영업을 재개한 자신의 가게를 소개했기 때문이다. 이 남성은 이런저런 스트레칭 동작을 알려주더니 “30분에 60달러꼴로 레슨을 하고 있다”며 등록을 권했다고 한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때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다.
제이슨씨는 “주위 대다수가 백신을 맞으면서 경제가 다시 열리는 게 실감난다”며 “야외 활동은 거의 정상화한 것 같다”고 했다. 그가 종종 찾는 골프연습장 역시 당초 두 타석에 한 타석꼴로 열었는데, 최근에는 모두 오픈했다. 그럼에도 평일과 주말, 오전과 오후와 저녁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널찍한 실외인 만큼 대부분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골프를 치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미국이 경제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백신 속도전으로 집단 면역이 성큼 다가온 가운데 미국 보건당국이 “실외에서는 경우에 따라 마스크 없이 다닐 수 있다”고 공식 권고했다. 팬데믹 충격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복귀하는 신호탄이라는 평가다.
로셸 월런스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27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이는 대규모 인파가 있지 않은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권고를 골자로 한 마스크 착용 지침 업데이트를 발표했다. ‘마스크 미착용’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CDC에 따르면 미국 내 성인 중 2회 접종을 마친 18세 이상 성인은 37.3% 비중이다. 1회 이상 접종자는 54.2%에 달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다. 월런스키 국장은 “백신 접종 확대와 신규 확진자 감소가 이번 개정을 이끌었다”고 했다.
지침에 따르면 백신 접종을 2회까지 마친 후 2주가 지난 사람은 대규모 군중 속에 있지 않는 한 야외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 또 실외 식당에서 한 가족 이상으로 구성된 친구들과 식사할 때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제이슨씨처럼 미국은 야외 활동에서 조금씩 마스크를 벗고 있는 분위기가 있는데, 이를 당국이 공식화한 것이다.
월런스키 국장은 다만 “백신 접종이 더 이뤄질 때까지 (콘서트, 스포츠 경기 등) 대규모 실외 행사에서는 계속 마스크 착용을 권고할 것”이라고 했다.
CDC의 이번 권고는 일상 복귀의 첫걸음을 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앨라배마대의 전염병 전문가인 마이클 새그 박사는 “정상적인 활동을 다시 할 수 있게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연설하기 전 검은색 마스크를 벗었다. 이전과 달라진 건 그 후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연설 직전 마스크를 벗었다가 연설 후 다시 착용했는데, 이번에는 백악관 내부로 들어갈 때까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CDC 발표의 의미를 몸소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CDC의 권고는 사회 각계각층의 정상화 노력에 속도를 붙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이르면 7월까지 미국에서 근무하는 모든 인력을 사무실로 불러들이기로 했다. JP모건은 이날 임직원 메모에서 “백신 접종이 2억회 목표를 돌파하고 더 많은 주에서 영업 제한을 완화함에 따라 다음달 17일 모든 미국 내 직원들에게 사무실 문을 열 것”이라며 “오는 7월 초까지 모든 직원들이 순환근무 일정에 따라 사무실에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월가 금융사들은 지난해 팬데믹 사태 이후 대부분 재택근무를 도입한 상태다. 월가에서 현장 복귀를 의무화한 건 JP모건이 처음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7월 초부터 직원들을 사무실로 불러들이기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웰스파고는 9월 복귀를 저울질하고 있다.
문화 시설 역시 마찬가지다. 그동안 문을 닫았던 버지니아주 워싱턴DC의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은 산하 8개 전시설을 다음달부터 열기로 했다.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은 수용 인원의 25% 이내에서 관람객을 받기 시작한 뒤, 단계적으로 입장객 수를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뉴욕주와 함께 최악의 팬데믹 충격을 받았던 뉴저지주는 다음달 10일부터 결혼식, 장례식 등의 참석 인원 상한을 수용 인원의 35%에서 50%로 늘리기로 했다. 실외 공연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준수한다는 조건 아래 관객의 수를 500명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필 머피 뉴저지주지사는 “백신 접종자의 수가 증가하는 현재 추세를 지속한다면 다음달 말 이전에 추가로 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백악관 야외에서 코로나19 대응 연설을 마친 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이동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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