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 반전 거쳐…‘공상과학영화’ 같은 북미정상회담 성공 마무리

by김미영 기자
2018.06.12 17:08:38

김정은 vs 트럼프, 말폭탄 대결 속 ‘한반도 전쟁위기설’ 고조시켰지만
남북관계 해빙무드 타고 북미관계도 풀려나가
북미, 회담 확정 뒤 “회담 취소” 가능성 언급하며 ‘벼랑끝 전술’
트럼프 ‘회담 취소’ 선언에 北 자세 낮춰… 극적 ‘재추진’

12일 통역 없이 산책하는 북미정상(사진=스트레이츠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많은 이들이 이번 회담을 일종의 판타지나 공상과학 영화로 생각할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말처럼 역사상 처음으로 이뤄진 12일 북미 정상회담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까지 ‘현실성’ 결여된 영화처럼 받아들여졌다. 지난해 북한이 6차 핵실험과 17차례의 탄도미사일 도발을 벌이고, 김정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말폭탄을 주고받으면서 ‘한반도 전쟁위기설’이 고조됐던 까닭이다. 정상회담 개최 합의 후에도 북한과 미국의 ‘벼랑끝 전술’ 대결로 극적 반전이 이어졌다. 이번 회담이 성사되기까지의 과정을 정리했다.

북한이 지난해 7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쏘아올리자 트럼프 대통령은 8월9일 “북한은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9월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강행 뒤엔 “미국과 동맹국 방어를 위해선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노망난 늙다리, 전쟁광”이라고 맹비난했다.

두 정상은 새해 벽두를 ‘핵단추 설전’으로 열었다. 김 위원장은 새해 첫날 신년사에서 “핵단추가 항상 책상 위에 있다”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 “나는 그가 가진 것보다 더 크고 강력한 핵버튼이 있다”고 응수했다.

살얼음 같던 북미관계는 2월 시작된 남북관계 해빙무드를 타고 3월부터 급속히 풀리기 시작했다. 2월 9일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고, 폐막식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방남했다.

3월 5일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이 문재인 대통령 특사로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만났다. 남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를 이뤄낸 이들은 8일 곧바로 워싱턴DC로 날아가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와 함께 북미 정상회담 요청을 전달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5월 안에 만나겠다”고 흔쾌히 수락,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급물살을 탔다.



이후엔 북미간 물밑접촉이 이어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3월31일~4월1일 평양을 찾아 김 위원장과 면담했다. 뒤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4월9일에 “5월 말 또는 6월초 (김 위원장을) 만날 것”이라고 북미 회담 시점을 처음 밝혔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간 남북 정상회담 다음날인 4월 28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회동이 오는 3~4주 내에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6.12 북미 정상회담 날짜와 장소가 공식 발표된 때는 5월 10일이다. 2차 방북한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3명과 함께 귀국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나와 김정은의 만남은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것”이라고 회담 일정을 확정, 공개했다.

순풍을 타던 북미 정상회담 준비는 북한의 태도 변화로 난기류에 싸인다. 5월 16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미국이) 일방적 핵 포기만을 강요하면 조·미 수뇌회담을 재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자 5월 22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우리가 원하는 특정한 조건을 얻을 수 없다면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회담 무산 가능성을 시사했다.

북한은 5월 24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다시 “조미수뇌회담 재고려” 발언을 내놨지만,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는 이날 예정대로 마쳤다.

그러나 핵실험장 폐쇄 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향한 공개서한에서 회담 취소를 전격 선언했다. “공개적으로 적대적인 태도와 분노를 표출했다”는 이유였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이튿날 “우리는 아무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다”고 자세를 낮췄다.

무산될 뻔한 회담의 추진 동력이 이로써 다시 살아났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26일 2차 정상회담을 가졌고,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30일 방미길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1일 백악관에서 김영철 부위원장으로부터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 받고 6.12 싱가포르 회담 개최를 공식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