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무죄 판결 잘못…정부·국회 해결 나서야”
by박순엽 기자
2021.02.25 15:00:10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단체 등 25일 기자회견 열어
“제조·판매사 형사처벌 이뤄져야…무죄 판결은 잘못”
피해 사과·구제 요구…정부·국회 미온적 대응 비판도
사참위 “환경부, 자료 제출 거부…영장 검토도 가능”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법원이 최근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사에 무죄 판결을 내린 데 대해 가습기 살균제 사용 피해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피해자 단체들은 전문가들을 모아 무죄 판결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 데 이어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사 앞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함께 실질적인 피해 구제를 요구했다.
| 25일 서울 여의도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 본사 앞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가해 기업 형사 처벌과 문제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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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와 피해자 단체들은 25일 서울 영등포구 RB코리아(전 옥시레킷벤키저)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사 임직원들에 대한 형사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며 “형사처벌은 진상 규명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가해 기업들이 민형사상 책임을 짐으로써 실질적인 피해 구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전제조건”이라고 밝혔다.
이날 가습기넷 등은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사들을 형사처벌하기 위해선 사법부의 제대로 된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달 12일 인체에 유독한 원료 물질로 만들어진 가습기 살균제를 유통·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가습기 살균제의 주요 성분(CMIT·MIT)이 폐 손상을 일으킨다는 과학적 입증이 부족하기 때문에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게 1심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이에 이들 단체는 “‘내 몸이 증거’라고 울부짖어 온 피해자들 앞에 사법부는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다’는 상식적이지도, 과학적이지도 않은 판결을 내밀었다”며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분명히 1심과는 달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습기넷 등은 지난달 19일에도 한국환경보건학회 전문가들이 참석한 기자회견을 개최해 1심 판결을 반박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사들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들은 “가해기업들은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제대로 책임지기는 커녕, 참사 해결 시스템의 부재·법 제도 한계를 핑계 삼아 온 정부와 정치권의 무능과 무책임 뒤에 숨어 기나긴 법정 다툼으로 끌고 가며 피해 가족들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이들 단체는 정부와 국회가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그동안 미온적 태도로 다뤄왔다고 비판하며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피해자 단체들은 “지난 20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이뤄진 국정조사와 피해구제법 제정 이후 21대 국회는 피해구제 등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거의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법 개정으로 여전히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진상조사조차도 강제 종료시켰는데, 정부와 국회는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다 해결됐다고 여기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문재인 정부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21대 국회가 이제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 문호승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사참위 운영 및 계획 등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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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조사기관인 환경부가 협조하지 않고 있다며 유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12월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 통과된 이후 사참위는 활동 기한이 1년 6개월 연장됐지만,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관련해선 진상 규명을 제외한 피해 구제와 제도 개선 업무만 하도록 규정됐다.
문호승 사참위원장은 “환경부가 진상규명 조사를 전면 중단하라는 취지의 의견을 보내왔고, 지난해 말부터는 조사 차원의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있다”며 “이 같은 의견을 사참위는 결코 수용할 수 없고, 조사 거부가 계속되면 압수수색 영장 청구 의뢰를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