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역시나…종부세 감면은 '총선용'이었다
by황현규 기자
2020.04.22 16:22:39
총선 전 여당 "1주택자 종부세 감면"
총선 후 말바꾸기…"12·16 대책 따른다"
정책 불신에 시장 혼란까지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1가구 1주택 실소유자가 뾰족한 소득이 없는 경우 현실을 감안한 고려가 필요하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도 개선 여지가 있다”(이낙연 종로구 국회의원 당선자·총선 2주 전)
“실수요자인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혜택은 이미 12·16 대책에 포함돼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원칙적으로 12·16대책을 임시 국회 때 처리할 것이다.”(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선 1주 후)
여당이 총선 당시 내놓은 ‘1주택자 보유세 감면’ 입장을 뒤집었다. 총선 2주 전까지만 해도 이낙연 전 총리, 이인영 원내대표, 강남권 총선 후보자들이 입을 모아 ‘1주택자 종부세 감면·유예’ 카드를 내놓았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총선 이후, 여당의 공약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오히려 “12·16 대책으로 1주택자 종부세 혜택은 충분하다”며 종부세 강화에 적극 나선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180석(더불어시민당 17석 포함)을 무기로 여당이 밀어붙일 가능성도 있다.
여당의 말바꾸기에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실소유자들의 보유세 부담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려워졌다. 서울 용산구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A씨는 “다주택자들을 잡겠다고 하더니, 정작 집 한 채만 있는 중산층들만 피해보게 생겼다”며 “1주택자들의 불안감을 선거에만 이용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종부세를 내야 하는 국민은 전국에서 30만 9835가구로 추정된다. 지난해 비해 9만 1711가구 늘어났다.
‘12·16대책에 담긴 1주택자의 종부세 혜택이 충분하다’는 여당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불만도 나온다. 종부세 세율과 공시가격 현실화율 인상은 지난해 말 발표한 12·16 대책의 핵심내용 중 하나다. 실제 2020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 시세 9억원 이상 아파트 공시가격은 21.15% 급등했다.
하지만 1주택자들을 위한 종부세 혜택은 12·16 대책에 ‘찔끔’ 담겼을 뿐이다. 60세 이상 고령자에 한해 공제율을 10%포인트 올렸고, 이들에 한해 공제 한도를 70%에서 80%까지 높힌 게 전부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실거주자들의 종부세 감면이 충분하다’는 식의 여당 발언은 총선에 이용당한 1주택자들의 실망감만 키울 뿐이다.
더 큰 문제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시장 불신이 더 커졌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학과 교수는 “정책은 일관성이 있어야 효과를 볼 수 있는데, 그때 그때 말바꾸기 하는 정책으로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며 “공약이 백지화된다면 누가 정부와 정치권의 약속을 믿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신뢰가 없는 정책으로 판단만 망설이는 시장 참여자들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