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사드 봉합’ 했다는 정부 설명 무색한 文대통령 방중 전초전

by김영환 기자
2017.12.12 17:24:53

文대통령 국빈 방중 전 중국 국영 CCTV와 인터뷰서 절반 가량 사드 관련 내용
외교부는 그간 중국과 ‘사드’ 문제는 ‘봉합’됐다는 표현을 쓰면서 일단락이라고 강조

중국 관영 중앙(CC)TV가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과 인터뷰 내용을 방영한데 이어 12일 오전에도 또다시 방송하며 문 대통령이 이번 방중을 한중 양국 관계 신뢰 회복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발언한 내용을 중점적으로 소개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지난 10월31일 한국과 중국의 관계 개선 신호탄이 됐던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간 협의 결과’ 이후 우리 외교부는 줄곧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에 대해 ‘봉합’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방중길에 오르기도 전부터 중국 국영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절반 가까이 사드 문제로 대응하는 것을 보니 이 문제가 과연 일단락됐는지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중국 국영 CCTV는 지난 11일 문 대통령의 국빈 방중에 앞서 가진 인터뷰를 보도했다. 8개 질문 중에 3개가 사드 배치와 관련된 내용들로 문 대통령은 물론, 그간 우리 정부가 사드에 대해 했던 해명이 반복됐다.

이는 과거 우리 외교부의 설명과 다소 온도차가 있는 모습이다. 외교부는 중국이 사드와 관련해 썼던 표현인 ‘단계적(중국어로 계단성·階段性) 처리’에 대해 “현 단계에서 문제를 일단락, 봉합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추후 재론의 여지가 있지만 한중 관계가 회복의 물꼬를 튼 만큼 현재 과정에서는 덮고 간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중국이 여전히 사드 문제로 번번이 우리의 발목을 잡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중국은 사드 합의 이후에도 여러 차례 이 문제를 다시 끄집어 내면서 우리의 MD(미사일 방어 체계) 불참, 사드 추가 배치 금지, 한·미·일 군사동맹 불가 등 이른바 ‘3불(不)’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덮었던 이불을 계속 들추는 모양새다.



더욱이 문 대통령이 인터뷰를 했던 CCTV가 중국의 국영 매체라는 점에서 여전히 문 대통령의 방중 기간 사드 문제가 계속 불거져나올 가능성이 남았다. 우리 외교부가 거듭 주장했던 ‘봉합’이나 ‘일단락’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들이다.

문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사드보다는 첨예한 한반도 갈등에 보다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북한은 핵은 물론, 미사일 실험까지 완성에 달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의 역할을 강하게 주문하고 한국 최대의 교역국이 우리에게 가하고 있는 경제 보복도 멈춰야 한다. 사드 말고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는 의미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중국 내부에서 사드 문제에 대해 ‘너무 양보했다’는 인식이 팽배해 계속 사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현 사태를 짚었다. 그러면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방중에서는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마이크로하게(세세하게) 특정 의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말로 사드 문제가 한중 정상회담에서 다시 논의될 여지를 남겼다. 사드는 ‘봉합’됐다는 우리 외교부와 ‘3불’ 의지를 재확인하는 중국 외교부의 동상이몽은 아닌지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