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출퇴근 사고'도 산재인정 추진...경총 "성급한 입법"

by이준기 기자
2017.06.20 17:41:22

지금은 회사 제공 버스 사고시만 인정..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 내년 1월 시행될 듯
경영계 "근로자 보호의 필요성 공감하지만..많은 행정력과 불필요한 다툼 야기할 것" 반발

서울시내 버스 정류장 정보안내 단말기에 도착버스 혼잡도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선상원·이준기·신정은 기자] 이르면 내년부터 자가용이나 전철 등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다 발생한 사고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가 지난 1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지금은 회사가 제공하는 통근 버스를 이용하다 발생한 사고에 한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고 있다.

기업들은 개정안 통과 시 연평균 6601억원의 보험료를 추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경영계가 즉각 “성급한 입법”이라고 반발하고 나선 배경이다. 이에 따라 이 개정안이 상임위, 법사위, 본회의 등 향후 3단계 입법 심사과정을 무난히 넘어갈지는 미지수다.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사업주가 제공하는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에 한해서만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고 있다. 이런 법적 미비로 그동안 자가용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다 사고를 당한 근로자들에 의한 헌법소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실제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9월 ‘출퇴근은 업무의 전 단계로 업무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고 산재근로자 보호, 보상강화가 국제적 추세이며, 특히 37조 조항이 자가용과 대중교통 이용 직원에 대한 차별에 해당한다’며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국제노동기구(ILO)도 ‘출퇴근 재해는 산업재해로 인정되어야 하되, 다른 사회보장제도에 의해 완전히 보호되는 경우에는 예외로 인정할 수 있다’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현재 이 협약을 비준한 국가가 24개국에 이른다.

개정안은 자가용이나 대중교통 등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다 발생한 사고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 1월부터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이찬열 국민의당 의원은 “사업장이 작아 출퇴근용 차량을 제 공받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에 놓인 근로자가 출퇴근 중 발생한 재해에 대해 보상받지 못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며 “이번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산업 재해에 대한 국민적 인식과 문화가 바뀌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경영계의 반발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개정안에 따라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경우에 발생하는 산재보험급여 추가재정소요를 계산한 결과, 2017년 4416억원, 2018년 6493억원, 2019년 6992억원, 2020년 7375억원, 2021년 7730억원 등 5년간 총 3조 3005억원(연평균 6601억원)으로 추계됐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어 “산재보험과 자동차보험 간 구상권 문제 해결을 위한 준비에 상당한 시일이 필요함에도 자동차에 의한 출퇴근 재해까지 전면시행하는 것은 성급한 입법조치라고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출퇴근 재해에 대한 근로자 보호의 필요성은 경영계도 공감하지만, 이번 조치는 향후 구상과 관련한 많은 행정력 낭비와 불필요한 다툼을 야기하고 산재보험에 많은 재정적 부담을 지울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또 “근로자 중과실에 대한 재해까지 일정한 급여제한 없이 보상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판단된다”며 “출퇴근 재해는 대부분 사업장 밖에서 일어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무분별한 산재신청·부정수급을 방지하기 위한 철저한 재해조사 및 관리운영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