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SK그룹, 포폴 재편 본격화…선택과 집중 필요”

by박미경 기자
2024.05.16 19:26:06

한국신용평가, ‘크레딧 이슈 점검’ 웹세미나

[이데일리 마켓in 박미경 기자] SK그룹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에너지 전환 등 장기적인 사업 방향성은 유효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다만 성과 부진 및 중복사업에 대해 계열 차원의 사업구조조정 본격화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자료=한국신용평가)
9일 한국신용평가는 ‘LG·HD현대·SK·롯데그룹 크레딧 이슈 점검’ 웹세미나를 개최했다.

장수명 한신평 기업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SK그룹은 대규모 투자 자금 소요에 따른 재무 부담 확대가 지속되고 있다”며 “현재 그룹 차원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진행하고 있어 이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SK그룹은 SK 주식회사 산하 계열과 SK디스커버리 계열로 지배 구조가 이원화돼 있다. 그룹 매출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와 정유화학 부문이 경기나 업황에 따라 높은 실적 변동성을 보이며 그룹 영업 실적에 주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장 연구원은 “2023년에는 반도체 부문의 설비투자(CAPEX)가 큰 폭으로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부문에 대규모 투자가 이어져 SK디스커버리 계열을 포함한 SK그룹의 순차입금이 87조원까지 확대됐다”며 “올해도 반도체, 배터리를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가 예정돼 있어 추가적인 차입금 확대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SK그룹은 확장적 투자 기조 하에서 적극적으로 신규 사업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반도체 부문의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장기적인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 정유화학 등을 대신해 배터리, 수소와 같은 에너지 전환 사업에 투자했다.



그는 “현재까지 주요 신규 사업의 투자 성과는 부진한 상황으로,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 에너지 전환 사업에서 가시적인 투자 성과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수요가 충분하게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선제적 투자는 그룹 전반에 부담”이라고 꼬집었다.

한신평은 에너지 전환 중심의 장기적인 사업 방향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성과가 부진하거나 사업 영역이 중복되는 신규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본격 재편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장 연구원은 “계열 차원의 사업 구조조정은 하반기 이후로 예상된다”며 “신규 사업에 대해 계열사 간 협력과 사업 조정을 통해 효율성을 제고해 나갈 것으로 전망되며, 필요할 경우 사업의 통합 일원화, 추진 중단과 같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SK그룹은 외부 차입(36조1000억원) 이외에도 자본 확충 방식(17조2000억원)의 자금 조달을 통해 재무 부담 완화에 나섰다. 자본성 자금조달 항목으로는 기업공개(IPO) 및 공모 유상증자(3조1000억원), 배터리 합작법인 포함 일반 유상증자(6조원), 상환전환우선주(4조600억원), 전환우선주(3조4000억원) 등이 있다.

장 연구원은 “사업 확장 과정에서 재무부담이 크게 확대된 계열사, 특히 대규모 추가자금이 필요한 계열사 신용도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향후 주요 신규사업의 가시적인 투자성과와 더불어 그룹 차원의 사업 및 재무적 지원이 충분한 수준으로 실현될 수 있는지가 신용도 결정의 핵심적인 요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