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열풍에 AI 스타트업에 수십억달러 몰려…'묻지마 투자' 경고도

by장영은 기자
2023.05.09 18:59:51

피치북 "올해 생성형AI 투자 작년(45억달러) 2~3배"
사업계획도 안보고 투자하기도…"시장 감당 못할 것"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인공지능(AI) 챗봇 ‘챗GPT’가 불을 지핀 생성형 AI 열풍에 힘입어 전반적인 경기 둔화 분위기 속에서도 미국 내 관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수십억달러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 심지어 일부 투자자들은 어떤 기술을 개발하는 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베팅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 픽사베이)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은 올해 생성형 AI에 대한 투자가 지난해 45억달러(약 5조9600억원)의 2~3배는 가볍게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미 지난 1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에 100억달러(약 13조2500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들어 벤처 업계가 침체된 가운데 AI만이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피치북은 올해 1분기 미국 내 벤처 투자 자금이 55% 감소한 370억달러(약 49조원) 수준일 것으로 추산했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별다른 사업계획이 없는데도 기대감만으로 AI 스타트업에 대한 거액의 투자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고 WSJ은 전했다.



대표적으로 생성형 AI 붐을 조성하는 기반이 된 2017년 발표 논문의 공동 저자인 전직 구글 AI 연구원인 니키 파마르와 아사시 바스와니가 창업한 ‘에센셜AI’는 지난 1월 창업하자마자 기업가치를 5000만달러(약 662억5000만원)로 인정받았다. 에션셜AI는 사업계획은 물론 공식적인 사명을 정하기 전부터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다른 전직 구글 직원 2명이 설립한 ‘캐릭터AI’ 최근 초기 투자금 유치에서 1억5000만달러(약 1987억5000만원)를 조달하는 데 성공했으며, 토론토 소재 AI 스타트업 ‘코히어’는 2억5000만달러(약 3312억5000만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WSJ은 “AI 서비스를 훈련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 학습에만 연간 수천만달러가 넘는 비용이 들어가는데도 투자자들은 어떻게 수익을 낼지 확실치 않은 AI 스타트업에 뛰어들고 있다”며 “갑작스러운 자본 유입으로 관리나 운영 경험이 없는 많은 AI 연구원들이 창업에 나서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과 투자자들은 AI가 영화제작부터 고객 서비스, 식료품 배달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반을 변화시킬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피치북은 AI 기술이 적용되는 기업용 시장 규모가 올해 430억달러(약 57조원)에서 2026년 980억달러(약 13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벤처캐피털 퍼스트마크의 AI 전문 투자자 매트 터크는 “지금이 매우 중요한 변곡점이며, 훌륭한 기업과 제품이 나올 것”이라면서도 “상당수는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은 어설픈 아이디어를 가진 수백만개의 회사를 갑자기 감당할 수 없다. 골드러시와 같은 느낌”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