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으로 대선구도 흔들기 나선 안철수 성공할까

by선상원 기자
2016.11.14 17:07:23

반기문 대선출마 장애물 만들고 문재인과 차별화 전략
지지율 큰 변화 없어, 오히려 손학규에게 기회 제공해
손학규 6%로 급등, 호남 17%로 안철수보다 5%포인트 앞서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해온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14일 조기 대선을 공식화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내년) 1월에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는데 6개월 내로 새로운 리더십이 한미관계를 정립하는 게 적절하다”며 “늦어도 내년 6월에는 대선을 치루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100만 촛불 민심에서 확인한 대통령 퇴진과 조기 대선을 위한 3단계 수습방안을 제시했다. 안 전 대표는 “우선 첫 번째로 박 대통령이 직접 정치적으로 퇴진하겠다고 선언하고, 그 다음 여야 합의로 관리형 총리를 뽑고 세 번째로 관리형 총리가 여러 분야의 뜻을 모아서 향후 시간표를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여야 합의 총리는 조기 대선을 관리하는 과도내각 총리로 대통령을 대행하면서 박 대통령의 퇴진날짜와 조기 대선일 등의 정치일정을 확정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내년 6월에 대선을 치르는 것을 예상하면 대통령 퇴진은 2개월 전에 이뤄져야 한다. 헌법은 대통령이 궐위되면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르도록 하고 있다.

여야 대선주자들 중에서 조기 대선 일정까지 제시한 경우는 안 전 대표가 유일하다. 안 전 대표가 대선 일정까지 제안하며 박 대통령 퇴진에 힘을 쏟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졌을 때만 해도 안 전 대표는 국회추천 총리로 과도내각을 구성해 비상시국을 수습하자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 하야나 퇴진은 요구하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척되면서 박 대통령이 몸통으로 떠오르고 국민들이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자, 지난 2일 긴급기자 회견을 열어 박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안 전 대표는 전날 대전 시국강연회에 참석해 “지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우리 상상력의 한계를 넘어섰다. 국가공무원을 개인 비서 취급하고 국가 공공기관을 개인 회사로 쓰고, 국가 재산을 개인 돈처럼 썼다. 도대체 이게 나라이냐”며 “박 대통령이 물러나는 것이 혼란을 수습하고 대한민국을 정상화하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중도 이미지 접어놓고 강경대응 했지만 반향 없어 = 안 전 대표가 국민들의 민심에 순응하며 대통령 퇴진으로 선회했다고 하지만. 정치인이 안 전 대표의 이해타산이 없을 리 없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총선 후 지지율이 21%에 달했던 안 전 대표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부상과 당의 총선비용 리베이트 수수 파문에 휩싸이면서 8월에는 8%까지 떨어졌다. 지지율 순위도 반 총장과 문재인 전 대표에 이어 3위로 하락했다. 특별한 반전의 계기가 없는 한 지지율 제고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 와중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졌다. 안 전 대표는 현 대선구도가 흔들리지 않고서는 내년 대선에서 승리를 기약할 수 없는 처지다. 이번 사태를 거치면서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은 크게 오르지 않았지만, 한국갤럽의 11월 첫째주 조사에서 반 총장 지지율은 21%로 지난달 대비 6%포인트 하락했다.

문 전 대표는 19%, 안 전 대표는 10%로 전월 대비 각각 1%포인트 상승했다. 판이 크게 출렁이고 있는 것이다. 안 전 대표 뜻대로 박 대통령의 퇴진이 공식화되고 조기 대선이 현실화되면 지지기반이 겹치는 반 총장의 대선출마를 막거나 대선행보에 장애물을 만들 수 있다. 또 대통령 퇴진투쟁은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문 전 대표와도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다. 야권 관계자는 “당에 대한 지지율은 오르는데, 대선주자들에 대한 지지율은 큰 변화가 없다. 아직 여론이 특정주자한테 쏠리는 양상까지는 안 나타나고 있다. 안 전 대표가 중도 이미지까지 접고 강경하게 대응했는데 큰 반향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손학규, 호남 지지율 문재인과 1위 다퉈, 1%포인트 뒤져 = 오히려 안 전 대표의 이런 행보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에게 도움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갤럽 여론조사 결과, 손 전 대표는 지난 9월 3%에서 이번에는 6%로 급등했다. 호남 지지율은 17%로 안 전 대표를 5%포인트 앞섰다. 문 전 대표(18%)와는 1%포인트 차이로 1위를 다퉜다. 세대별 지지율도 40대 7%:9%, 50대 8%:13%, 60대 이상 8:4%로 60대 이상에서는 안 전 대표가 절반 밖에 안됐다. 손 전 대표는 사태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대통령의 2선 후퇴와 과도내각 성격의 거국내각 구성을 주장해왔다. 12일 촛불 집회에 동참했지만, 아직 이 입장을 바꾼 것은 아니다. 다른 야권 관계자는 “안 전 대표와 함께 중도개혁적인 이미지를 갖고 손 전 대표의 지지율이 두 배 가량 올랐다는 것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만약 호남에서 손 전 대표가 1위로 올라서면 야권 대선구도가 크게 흔들릴 것 같다”며 “안 전 대표의 행보가 역으로 손 전 대표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