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반기보고서]②1조 손실 돌변한 이연법인세자산…새 분식의혹 부르나

by김도년 기자
2016.08.17 17:08:09

1Q까지 자산이던 이연법인세자산 8500억, 석달 새 손실로 바뀌어
“자산성 인정한 EY한영 검토 결과 있었지만, 수주 고갈로 자산 인정 안했다”
회계 전문가 “2015년에도 조선업 전망 부정적…그땐 왜 자산이었는지 의문”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대우조선해양(042660)이 올해 상반기 1조4800억원 당기순손실을 낸 데에는 8500억원 규모의 이연법인세자산이 석 달새 손실로 뒤바뀐 것이 한몫했다. 이는 올 상반기 반기보고서 검토 결과 법인세비용으로 처리된 항목을 그동안 자산으로 처리한 것이 1조원에 육박하기 때문에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한 대우조선 현 경영진의 분식회계 의혹으로도 연결될 수 있어 회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우조선이 올해 1분기까지는 1조 1300억원 규모의 이연법인세를 자산으로 인식했다가 석 달새 갑작스럽게 8500억원 규모의 손실로 털어낸 근거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우선 제기된다. 이연법인세를 자산으로 판단하는 데는 대우조선이 앞으로 돈을 잘 벌어 과세소득이 충분히 날 수 있다고 판단될 때만 자산으로 인정할 수 있기 때문에 미래 사업 전망에 대한 추정이 상당 부분 개입된다.

지정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은 왜 올해 1분기에는 대우조선의 이연법인세 관련 회계처리의 적정성에 대해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을까. 삼일회계법인은 우선 올 4월 중순께 정부로부터 대우조선의 외부감사인으로 지정됐다. 1분기가 끝나는 3월말 이후 45일 전까지 분기보고서 검토를 끝내야 하는 데 기본적으로 회계감사에 투입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았기 때문에 2015 회계연도 감사인이었던 안진회계법인의 감사 결과를 믿었다는 게 감사인측 설명이다. 안진회계법인이 1조1300억원 규모 이연법인세의 자산성이 적정하다고 판단한 근거는 대우조선이 한영회계법인에 용역을 의뢰해 받아 놓은 사업계획서 외부 평가보고서였다. 제3자인 한영회계법인은 이 보고서에서 대우조선이 사업계획서대로 사업을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이연법인세도 자산성이 인정된다는 내용의 용역 결과를 제시했다. 당시에는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가 해제되면서 원유(LNG)운반선 등 이란발 특수에 대한 합리적 기대가 있었던 것이 자산성 인정의 근거로 작용했다.

대우조선이 한영회계법인 용역 결과를 근거로 이연법인세를 재무제표상 자산으로 잡은 데 대해 안진회계법인은 적정성을 인정했고 현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도 1분기보고서를 검토하면서 두 빅4 회계법인의 검토를 거친 재무제표의 적정성에 대해 별다른 문제는 제기하지 않았다. 또 당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주도로 4조2000억원 규모 유동성 지원이 결정된 것이 회사가 정상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심어줬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가 지나도록 대우조선의 수주 실적은 해외 현지법인 실적까지 모두 포함해 7억달러에 그쳤다. 올해 수주 목표액이었던 110억달러에는 한참 못 미치는 규모다. 대우조선은 수주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감사인 의견을 받아들여 이연법인세자산 8500억원을 올 상반기 손실로 털어내게 됐다. 감사인의 조언이 있었지만 이 같은 판단은 대우조선이 스스로 했다. 일각에선 삼일회계법인이 감사를 보수적으로 했기 때문에 자산으로 인정될 수 있는 것을 손실로 털어내게끔 했다는 주장도 하지만 그렇게 볼 순 없다는 게 회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 회계 전문가는 “이연법인세의 자산성에 대한 판단은 대우조선이 신규 수주 실적을 검토해 내린 판단에 근거한 것”이라며 “회계감사를 한 회계법인이 달라졌다고 해서 적정성에 대한 판단까지 달라졌을 것으로 단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6개월 사이 국제 유가 예상치나 조선업에 대한 시장전망이 크게 바뀐 점이 없는데도 대우조선이 지난해 1조1300억원 규모의 이연법인세자산을 전액 자산으로 반영한 것은 대우조선 현 경영진이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해 분식회계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새로운 의혹도 함께 제기된다. 이연법인세의 자산성을 추정하는 것은 회계처리상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개입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앞서 이뤄진 추정이 이번 회기에도 계속해서 인정될 수 있는지를 매번 평가하게 된다. 이번 회기의 실적치가 이전 회기의 추정치보다 저조하다면 자산성을 판단하는 관점이 부정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회계 전문가는 “대우조선은 작년 들어 올해까지 계속해서 신규 수주 실적이 회사 측이 제시한 수주 목표치에 미달하고 있다”며 “지난 회기의 목표치와 실제 수주 실적치를 비교해보면 지난해부터 이미 이연법인세의 자산성은 인정받기 어려웠다고 볼 수도 있고 이렇게 본다면 분식회계로 연결될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연법인세자산 : 기업회계로 계산한 법인세가 세무회계로 계산한 법인세보다 작을 때의 그 차액으로 앞으로 국세청에 납부할 세금에서 공제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산으로 보지만 과세 소득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면 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즉 회사가 미래에 충분한 수익이 발생한다는 전망이 있을 때만 자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