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국가들 '비상', 미국에 관세인하 검토

by임정요 기자
2025.04.07 18:57:12

태국 "美에너지·농산물 더 수입"…필리핀, 관세 인하 검토
베트남, 트럼프에 상호관세 부과 최소 45일 연기 요청

[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초고율 상호관세 부과를 피하기 위해 동남아 국가들이 미국 상품에 대해 관세를 대폭 인하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태국은 미국으로부터 수입을 늘리겠다고 나섰고 필리핀과 베트남 또한 관세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7일 방콕포스트 등 태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는 전날 성명을 통해 미국산 에너지, 항공기, 농산물 수입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패통탄 총리는 피아치 춘하와치라 부총리 겸 재무부 장관이 이끄는 대표단이 이번 주 미국을 방문할 것이며 무역 문제 논의에서 태국이 그저 수출국에 그치지 않고 미국의 동맹이자 신뢰할 수 있는 친구라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패통탄 총리는 또한 미국 상호관세가 태국 전자제품, 가공식품, 농산물 수출 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수입 장벽의 완화 및 태국을 통한 타국 제품 재수출 억제 방침도 밝혔다.

(사진=AFP)
트럼프 정부는 태국에 상호관세율 36%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는데, 미국은 태국의 최대 수출국이기 때문에 초고율 관세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태국은 지난해 미국을 상대로 456억 달러(약 67조원)의 무역수지 흑자를 낸 바 있다.



상호관세율이 46%에 달하는 베트남도 비상이 걸렸다. 베트남은 지난해 중국·유럽연합(EU)·멕시코에 이어 미국 교역 상대국 중 4번째로 큰 1천235억 달러(약 181조원)의 대미 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

주요 해외 언론에 따르면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공식 서한에서 상호관세 부과 시점을 최소 45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럼 서기장은 가능한 빨리 미국과의 합의에 도달하도록 호 득 폭 부총리에게 협상을 일임했다고 전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과 내달 말 미국에서 만나 관세 문제를 마무리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럼 서기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베트남의 관세를 ‘0’으로 낮추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필리핀도 미국 상품에 대한 관세 인하를 검토 중이다. 크리스티나 로케 필리핀 통상산업부 장관은 이날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하 계획이 있다”며 관세 인하 품목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필리핀에 대한 미국의 상호관세율은 17%로, 동남아 주변국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로케 장관은 지난 4일, 이웃 나라보다 낮은 관세율을 활용해 반도체, 코코넛, 망고 등을 미국에 더 많이 수출할 계획이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