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 거목' 이종덕 단국대 석좌교수 별세(종합)

by장병호 기자
2020.09.23 16:24:10

향년 85세
1세대 문화예술 행정
국내 유수의 공연장 운영, 발전 기여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한국 1호 공연예술 CEO’ 이종덕 단국대 문화예술대학 석좌교수가 23일 오전 8시 40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5세.

고인은 반세기 동안 척박했던 문화예술계를 갈고 닦은 한국 문화예술계의 산증인이다. 1935년 태어난 고인은 연세대 사학과를 나왔고 동대학원 행정대학원을 수료했다. 1961년 국가재건최고회의 제1기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제3공화국 민정 이양기인 1963년 지금의 문화체육관광부 전신인 문화공보부 예술과에서 공연담당 공무원으로 일하며 문화계에 첫 발을 들였다. 이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이사, 서울예술단 이사장 등을 지냈다.

1995년 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세종문화회관, 성남아트센터, 충무아트센터 등 국내 유수의 공연장을 운영하는 자리에 올라 한국 공연계의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 2016년 충무아트센터 사장 퇴임 이후엔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 원장과 석좌교수로 후학양성에 힘썼다.



고인의 대표적인 업적으로는 1974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피아노부문 2위를 차지했던 정명훈을 위해 김포공항에서 광화문까지 벌였던 카퍼레이드, 2002년 발레리나 강수진이 활약하고 있던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첫 내한공연 등이 있다. 2014년 펴낸 저서 ‘공연의 탄생’(도서출판 숲)에서는 “내 인생은 무대 인생이었고 무대 인생은 나의 인생 무대였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옥관문화훈장(1994), 보관문화훈장(2009), 제16회 한국뮤지컬대상 특별상(2010) 등을 수상했다. 2019년 3월에 열린 제6회 이데일리 문화대상에서도 공로상을 수상했다. 당시 고인은 “오래 살다 보니 이렇게 훌륭한 상까지 받게 돼 감개무량하다”며 “이 무대에 서보니 얼마나 훌륭한 사람들이 떨리는 마음으로 공연을 준비하는지 몸소 느낀다”는 소감을 남겼다.

공연계도 고인의 소식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창기 마포문화재단 전 대표는 “공연계의 큰 별이 지셨다”며 “문화예술기관의 민영화, 문화예술 행정의 방향성 정립 등 선도적 역할을 해온 거목이신데 애석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은 “경제가 중요했던 70~80년대 가난했던 시절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전파하는데 선구적인 역할을 하셨다”고 말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영주 여사와 4녀가 있다. 장례식장은 경기 의왕시 성라자로마을 내 성당이며 발인은 오는 25일 오전 10시, 장지는 안성추모공원이다.

이종덕 전 충무아트센터 사장(사진=충무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