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압박하는 통상압박…규제건수 4년새 43건 늘었다

by남궁민관 기자
2019.07.11 17:36:55

이달 1일 기준 규제 중인 품목 172건
2015년 7월 129건 이후 매년 증가세
美 규제건수 확대 더해 최근 개도국도 위협
철강·금속 무려 38건 증가하며 우려감 ↑

세아제강 포항공장에서 생산되는 강관 제품. 해당 제품은 미국으로부터 쿼터제를 적용받는 등 통상압박의 주요 대상이 됐다.세아제강 제공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전세계 국가들의 대한(對韓) 수입규제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강력한 통상압박 행보를 보이고 있는 미국은 물론, 최근에는 개발도상국들 역시 예전보다 수입규제 조치를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수출 환경을 악화시키는 모양새다. 특히 늘어난 규제의 대부분이 철강·금속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국내 철강업계를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11일 한국무역협회 수입규제 통합지원센터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대한 수입규제는 27개국 총 195건으로, 이중 ‘조사 중’인 건을 제외하고 실제 ‘규제 중’인 것은 172건(반덤핑 136건, 상계관세 8건, 세이프가드 28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무역협회가 집계를 시작한 2015년 대비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한 결과이기도 하다. 2015년 7월 말 기준 전세계 국가들의 대한 수입규제 규제 중인 건수는 129건으로 집계됐으며, 이후 매년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2016년 7월 132건, 2017년 7월 말 144건, 그리고 지난해 7월 초 170건으로 급증했다.

2015년 이후 대한 수입규제를 가장 크게 늘린 국가는 단연 미국이다. 미국은 2015년 7월 한국산 수입에 대해 14건을 규제했지만, 현재 무려 22건이 증가한 36건을 규제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캐나다는 8건에서 13건으로, 유럽연합(EU)는 3건에서 6건으로 늘어났다. 한국의 주요 수출국인 중국 역시 10건에서 14건으로 규제의 수위를 높인 상황이다.



개도국의 규제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 역시 주목할 대목이다. 한국이 중요 수출 지역으로 여기는 중남미 지역에서 아르헨티나(2→3건), 브라질(10→11건), 콜롬비아(1→2건), 멕시코(1→4건)으로 모두 규제 건수가 증가했다. 아시아 내에서도 인도(22→23건), 인도네시아(6→7건), 베트남(1→5건) 등 전반적으로 규제를 늘린 모양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의 수출이 증가하고 그 품목도 다양해짐에 따라 규제가 늘어나는 상황으로, 미국발 통상압박 영향이 전세계 국가들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흐름에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라며 “2017년 규제가 크게 늘어난 것은 미국의 영향이 크며, 최근에는 오히려 선진국들보다 개도국에서 규제 방안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통상압박 주요 대상이 철강산업에서 이루어진 만큼, 실제 규제 증가폭이 가장 큰 품목도 철강·금속이었다. 철강·금속 규제 건수는 2015년 7월 52건에서 올해 7월 무려 34건이 늘어난 86건으로 집계됐다. 플라스틱·고무를 포함한 화학공업 역시 규제에 시달리고 있다. 2015년 7월 화학공업 규제건수는 38건 수준이었으나 올해 7월 화학 33건, 플라스틱·고무는 22건이 규제 중이다.

한편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올해 연간수출액이 전년 대비 6.4% 감소한 566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문병기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하반기에도 우리 수출은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확산, 세계경제의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투자·소비 지연 등으로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