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쇼크]②어린이집 지원까지 일자리 예산으로…예견된 '고용 참사'

by김형욱 기자
2018.08.20 19:15:00

국회예산정책처, 文정부 일자리예산 분석
"예산 방향 불분명, 사업 끼워넣기 일쑤"
고용부, 어린이집 지원을 일자리 정책으로
교육부, 장학금 지급조차 일자리 정책으로
예비타당성 통과 6개 사업, 고용효과 저조

20일 오후 서울 중랑구 중랑구청에서 열린 ‘일구데이 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구인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정부가 올해 일자리정책 관련 예산으로 24조1959억원을 편성해 1년 새 31.6% 늘렸다. 그러나 사업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중·장기 재정 부담이 큰 공공일자리 확충을 빼면 방향성이 불분명하거나 기존 유관 사업을 끼워 넣은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5000명밖에 늘지 않으며 ‘고용 쇼크’로 평가되는 7월 고용동향 결과 발표 후 일자리 예산을 더 확충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관련 사업에 대한 엄격한 평가와 고민 없인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국회 산하 재정운용 연구기관인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발표한 ‘일자리정책 재정사업 분석’을 통해 고용노동부의 현 재정 지원 일자리사업에 노동 시장과 무관하고 지원 대상이 불분명한 사업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예정처가 꼽은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한해 1218억원이 투입된 고용부 ‘직장어린이집 지원 사업’이다. 이 사업은 일자리가 아닌 직장인 복지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게 예정처의 판단이다. 대상과 성격은 다르지만 영·유아에 대한 보육료 지원 사업은 복지부와 교육부에도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제공
213억원을 투입한 교육부의 ‘중소기업 취업 전제 사다리장학금’ 역시 일자리 정책이라기보다는 사람을 못 구해 고민하는 중소기업 인력채용 지원 사업 성격이 강하다. 장학금을 받는 게 청년 구직자이지만 대기업 같은 지원 비대상 기업 취업 땐 이를 반납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의 항공전문 인력 양성(4억원),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술인력육성(46억원) 등 역시 직접적으로 일자리를 만들기보다는 인력을 양성하는 간접적인 사업으로 꼽혔다. 예정처는 “정부가 일자리 사업 효율화를 추진한다고는 하지만 사업의 목표와 범위가 명확지 않아 효율화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정부의 불분명한 정책 방향성은 지난해 고용부가 수행한 ‘고용영향평가’나 ‘예비타당성 조사’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정부는 국정운영 자체를 일자리 중심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으나 적잖은 사업이 고용효과보다는 경제효과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게 예정처의 판단이다.



예정처가 지난해 고용부 고용영향평가 39개 항목을 조사한 결과 이중 신산업 투자 활성화나 에너지산업 육성 등 11개 항목은 고용보다는 경제효과를 기대하고 추진하는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또 정부(기획재정부)가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일자리 같은 정책성 분석 가중치를 기존 25~35%에서 25~40%(일자리 비중은 5.0→6.5%)로 높였다고 했으나 지난해 9~12월 11개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통과한 6개는 모두 고용유발 효과보단 경제적 분석 결과인 비용 편익비가 높은 사업이었다. 오히려 탈락한 3개 사업은 고용유발 효과가 높았다.

그렇다 보니 ‘일자리 정부’는 구호일 뿐 앞선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실질적인 차별점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정처는 “정부가 ‘혁신형 인재’를 양성하겠다며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정작 ‘혁신형 인재’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의하지 않았다”며 “이는 실현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정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국회예산정책처 제공
정부의 일자리 지원 사업의 실적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정부는 담당 인력의 전문성을 높이는 등 국가 제공 고용서비스의 질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가입국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현재 청년층 취업자 중 공공·민간 직업알선기관이나 학교·박람회 등 고용서비스를 이용해 취업하는 사람은 열 중 한 명(11.4%)밖에 안 되는 등 보완점이 적지 않았다.

예정처는 “아이디어 창작 공간인 ‘메이커 스페이스’를 조성해 창업 활동을 촉진하겠다고 했으나 ‘무한상상실’, ‘시제품제작터’ 등 기존 유사 사업의 이용실적이 저조하고 활성화하지 않는 원인을 우선 검토하고 이 같은 지원이 창업과 고용창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분석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고용노동부가 중·장년층 취업 지원을 위해 운영하는 ‘일자리 희망센터’와 ‘고령자 인재은행’도 실적은 저조하다. 일자리 희망센터의 취업률은 2014년 31.7%에서 지난해 29.1%로 낮아졌고 같은 기간 고령자 인재은행 취업률도 44.6%에서 42.5%로 하락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중년이 경험을 살려 노동시장에 재진입하는 걸 돕고자 55개 업종에 대해 ‘신중년 적합직무 고용창출장려금’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앞서 시행한 장년고용지원 사업도 대상은 늘었으나 1년 고용유지율이 낮아지는 등 질적으론 더 떨어졌다.

올해 공공 일자리 창출 예산을 작년보다 4582억9000만원을 증액했지만 올해 민간 일자리 창출 예산은 작년보다 2195만6900만원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자료=국회예산정책처,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