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인경 기자
2024.12.09 19:01:40
조태열 장관 "국민께 진심으로 송구스러워"
주한 미 대사 이틀새 두번 만나고 美 국무장관과도 전화
계엄 사전 통보 없었던 韓, 뒷수습 진땀
주한 대사들 만나며 각급 소통 강화 중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정부가 외교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진땀을 빼고 있다. 지난 3일 비상계엄을 둘러싸고 미국에 사전 통보를 하지 않으며 미국 정부 관계자들의 입에서 우리 정부를 둘러싼 비판이 쏟아져 나오면서다. 특히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틀 새 주한 미국 대사를 두 번이나 접견하고 있으며 고위급 인사들도 한국에 있는 각국 외교관들을 만나고 있다.
9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실·국장 회의에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 초래된 데 대해 외교 장관으로서 그리고 국무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고, 본부와 재외공관의 직원 여러분 뿐만 아니라 은퇴하신 선배 동료 외교관들과 무엇보다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외교부가 비공개로 열리는 실·국장 회의 발언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외교부는 이같은 내용을 영자로 배포하기도 했다.
조 장관은 특히 “한미동맹이 흔들림 없이 굳건하게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미국과 긴밀히 소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미 조 장관은 계엄 해제 이후인 5일과 8일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와 만났다. 두 차례 모두 우리 외교부 측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 장관은 5일에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전화통화를 하기도 했다. 계엄 이후 한미관계로 진통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계엄을 둘러싼 양국 외교간 균열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윤 대통령이 심각하게 오판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으며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방한을 보류했다. 미국이 계엄 선포를 사전에 통보받지 못한 가운데,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한국과의 동맹이 수십년 만에 가장 큰 시험에 직면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당장 4일부터 이틀간 워싱턴DC에서 예정됐던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1차 NCG 도상연습(TTX)은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이 2선으로 후퇴하며 정상외교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외교부는 계엄 후폭풍을 수습하기 위해 각국급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 외에도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이 9일 오후 미즈시마 고이치(水嶋 光一) 주한일본대사를 면담했다. 정병원 차관보도 팡쿤 주한중국대사대리를 면담해 최근 국내 상황을 설명하고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지속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