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넘어선다”…AI반도체 육성해 新격차 만든다(종합)

by문승관 기자
2020.10.12 17:14:15

2030년까지 전 세계 AI반도체 시장 점유율 20% 차지
기업·정부 1대 1 투자…석·박사급 인력 3000명 육성
“절대강자 없어…국가적대응으로 제2 D램 신화창조”
업계 '환영'…메모리 분야 강점 PIM기술 신격차 창출

[세종=이데일리 문승관 김상윤 기자] 정부가 국내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술개발 사업’의 닻을 올렸다.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반도체 기술, 특히 AI 중심의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4차 산업혁명과 비대면 경제 가속화에 따라 AI·데이터 생태계의 핵심기반이자 시스템반도체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부상하자 국가 핵심전략으로 육성해 ‘제2의 D램 신화’를 만들어 내겠다는 계획이다.

AI반도체란 인공지능 연산 성능고속화와 소비전력 효율을 최적화한 일종의 시스템반도체다. 학습과 추론 등 AI 구현을 위해 대규모 데이터처리가 필요한 데 기존 반도체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고성능·저전력 기술 중심으로 발전했다.

무엇보다 AI 반도체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아직 지배적 강자가 없는 초기 단계다. 지금부터의 국가적인 대응 노력을 집중한다면 글로벌 주도권 경쟁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12일 경기도 판교 시스템반도체 설계지원센터에서 제13회 과학기술장관회의를 열고 ‘AI 반도체 산업 발전전략’(시스템반도체 비전과 전략 2.0)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서 △AI 반도체 플래그십 프로젝트 추진 △신개념 PIM 반도체 초격차 기술개발 △국가 AI·데이터댐 인프라에 AI반도체 시범 도입·실증 △2030년 고급인재 3000명 양성 등 2대 추진전략과 6대 실행과제를 제시했다. 정부는 “국가적 대응 노력을 집중한다면 글로벌 주도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제2의 D램 신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10년간 1조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이 금액은 최근 5년간 국가 연구개발(R&D) 예타 사업 가운데 1조원 규모를 넘은 유일한 사업이다. 정부가 AI로 대표하는 지능형 반도체를 육성하기로 한 이유는 AI·데이터 생태계의 핵심이자 시스템반도체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어서다.

예를 들어 자동차가 스스로 주변을 인식해 목적지까지 운행하는 자율주행차는 인공지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이런 AI 기능을 실현하기 위해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AI용 반도체가 반드시 필요하다. 중앙처리장치(CPU) 등 기존 연산 프로세서 설계에서 벗어나 인간의 뇌를 모방한 뉴로모픽 칩, 신경망처리장치(NPU) 등을 개발하겠다는 이유다.



그럼에도 아직 전 세계시장에서 지배적인 강자가 없다. 인텔, 퀄컴, 엔비디아, 자일링스, 삼성, AMD 등 전통의 반도체 기업은 물론 애플, 미디어텍, 그래프코어 등 신흥 강자가 시장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업 가트너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AI반도체의 세계시장규모를 올해 184억 달러(약 21조1200억원)에서 10년 뒤인 2030년 1179억 달러(약 135조3200억원)로 확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체 시스템반도체 시장의 31.3%에 해당한다.

정부는 AI반도체 수요를 끌어내기 위해 ‘1사1칩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시스템반도체는 공급도 중요하지만 수요기업이 주문 생산에 나서줘야 한다. 자동차, IoT, 통신, 바이오, 로봇 등 시제품 테스트를 지원해 2030년까지 수요 맞춤형 AI칩 50개를 출시한다는 목표다.

산업부 관계자는 “AI반도체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장에서 수요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AI는 기업마다 원하는 스펙이 있어 연구개발(R&D)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국내에 1사1칩 성공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능형메모리반도체로 불리는 PIM 반도체 초격차 기술에도 도전한다. PIM반도체는 D메모리에 AI특화연산 기능을 적용하는 일종의 하이브리드 반도체다. 세계 1위 D램 메모리 역량을 활용해 저장과 연산을 통합한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면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AI반도체 개발을 위해 석·박사급 3000명을 양성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3000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번 대책을 두고 업계와 전문가도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임규태 전 미 조지아공대 교수는 “정부에서 AI반도체 육성 관련 방향성과 관심을 보여준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다만 기업이 자유롭게 일을 할 수 있도록 기업 중심의 전략을 짤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스템 반도체 한 전문가도 “삼성이 스마트폰용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등 시스템 반도체를 개발했지만 아직 세계 시장 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현재 추진 중인 PIM(프로세싱인메모리) 개발 사업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강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