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릿발 치는 보복" 최악의 6·15선언일…경협株↓·방산株↑
by고준혁 기자
2020.06.15 17:14:33
현대건설 등 '남북경협' 7~13%대 '하락'…방산은 '상한가'
정상회담 2년 만에 '잿빛'…"심각성 받아들여야" 기우도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계속되는 북한의 대남 도발로 관련주가 출렁이고 있다. 남북경협 관련주는 하락하는 반면, 방산업체 종목은 상승하는 등 위태로운 남북관계가 고스란히 주가에도 반영되는 모습이다.
1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남북경협주(株)들은 이달 들어 주가가 가장 크게 떨어졌다. 남북 경협 핵심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그룹의 현대건설(000720)과 현대엘리베이(017800)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각각 7.52%, 9.75% 내렸다. 금강산 관광 관련주로 묶이는 고급리조트 개발 업체인 아난티(025980)와 부동산개발사업을 하는 한창(005110)도 각각 10.33%, 11.78% 크게 떨어졌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 인디에프(014990)와 제이에스티도 8.88%, 6.75%씩 떨어졌다. 남북철도산업과 관련된 에코마이스터(064510)와 대아티아이(045390), 푸른기술(094940)도 각각 11.89%, 13.05%, 13.19% 하락 마감했다.
반면 방산업체 종목들은 상승했다. 빅텍(065450)과 스페코(013810)는 상한가를 맞았다. 휴니드(005870)와 퍼스텍(010820)는 24.38%, 19.62% 큰 폭 올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도 6.73% 상승했다. 이날 코스피가 4.76% 코스닥이 7.09% 떨어진 것에 비하면 상승폭은 더 두드러진다.
두 테마 종목들의 하락과 상승은 이달 들어 지속되고 있다. 6월(1~15일) 동안 남북경협주의 에코마이스터는 20.22% 하락한 반면, 방산업체의 빅텍이 39.29% 올라 가장 간극이 심하게 벌어졌다.
| 지난 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주재로 진행된 북한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 참석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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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북(對北) 전단 살포에 대한 비난을 시작으로, 연일 대남 공세 수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끝장을 볼 때까지 연속적인 행동으로 보복할 것이다’라는 제목의 정세론 해설을 내고 “서릿발치는 보복 행동은 계속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이날은 지난 2000년 6월 15일 평양에서 남북이 정상회담을 통해 성명을 발표한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이다.
북한의 도발은 지난 김 제1부부장이 지난 4일 담화에서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얼마 있지 않아 6·15 20돌을 맞게 되는 마당에 우리의 면전에서 거리낌 없이 자행되는 이런 악의에 찬 행위들”이라는 날 선 비판을 제기한 뒤부터 지속됐다. 남측이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으면 금강산 관광 폐지와 개성공업지구 완전 철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등을 실행할 것이라며 압박했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13일엔 “나는 위원장 동지와 당과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나의 권한을 행사하여 대적사업 연관부서들에 다음 단계 행동을 결정할 것을 지시하였다”며 대남 군사행동을 시사하는 담화를 발표하기도 했다.
북한 도발과 관련돼 그동안 반응했던 관련주의 흐름이, 이번엔 다소 다르게 전개될 수도 있단 분석도 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연이어 성사되며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었던 지난 2018년 이후 찾아온 경색이기 때문이다.
김장열 상상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북한 관련 이슈로 주가가 하락하면 결국 주가가 올라갈 테니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되는 등 그동안 북한은 국내 주식시장의 상수 할인 요인에 불과했다”면서 “그러나 현 상황은 지난 2년간 북한과 미국, 대한민국 각자의 나름의 전략이 막혀버리고 물거품이 될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원점에서 다시 시작이 아닌 후퇴된 현실의 심각성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