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선 압승에 日의회 내 평화헌법 개정 찬성파 80%…실현 가능성 ‘글쎄’
by김형욱 기자
2017.10.23 18:39:28
여당 3분의2석 확보에 2개 보수야당도 ''개헌세력''
개헌 반대 민주당 제1야당 부상 속 국민투표 ''부담''
| 아베 신조 일본 총리(자민당 총재)가 지난 22일 중의원 선거에서 도쿄 자민당 선대위에서 당선이 확정된 후보에 모형 장미꽃을 붙이고 있다.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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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아베 신조(安部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22일 총선 압승으로 평생 숙원인 평화헌법(일본헌법 9조) 개정에 한 걸음 다가섰다. 실현까지는 아직 많은 관문이 남았지만, 추진하는 그 자체로도 주변국과의 갈등이 예상된다.
23일 일본경제신문(닛케이)을 비롯한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 결과 개헌에 찬성하는 이른바 ‘개헌 세력’이 국회 발의에 필요한 3분의 2석(465석 중 310석)을 훌쩍 넘어섰다. 아베 총리가 당수로 있는 자유민주당(284석)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29석), 보수 성향의 야당 희망의당(50석)과 유신당(11석) 등을 고려하면 중의원 전체 의석의 80%에 달한다.
아사히(朝日)신문이 도쿄대학 정치연구소와 조사 결과 중의원 당선자 82%(응답자 436명 중 359명)가 선거 전 개헌 찬성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자민당(찬성 97%), 공명당(86%), 희망의당(89%), 유신회(100%)는 물론 진보 성향의 제1야당 입헌민주당 내에서도 13명(25%)은 개헌 찬성 뜻을 밝혔다.
평화헌법은 미국을 비롯한 연합군이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강제 제정한 것이다. 전범국인 일본의 군대 보유를 막고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일본은 한국전쟁을 이유로 사실상 군대인 자위대를 1954년 발족했으나 매번 자국 내에서부터 위헌 논란에 부딪혀야 했다.
아베 총리는 2012년 취임 이후 줄곧 헌법9조 개정을 통해 일본의 군사력을 공식화하려는 노력을 이어 왔다. 헌법 근거가 불분명한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격상하려 했다. 또 이 계획이 안팎의 반대에 부딪히자 올 5월엔 핵심 조항인 1~2항은 유지한 채 ‘자위대’라는 명칭만이라도 헌법 내에 명기하는 개헌안을 제시했다. 자민당은 이를 이번 선거의 5대 공약으로 내걸고 그 필요성을 호소해 왔다. 아베 총리는 선거 기간 “(자위대 위헌)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싶다”고 강조해 왔다.
한국이 당장 우려할 상황까지는 아니다. 일본이 개헌 발의를 위한 중의원 의석수를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국민투표 가결을 보장할 순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베 총리나 집권 여당인 자민당도 신중한 모양새다.
당장 여당 내부에도 신중론이 있다. 연립 여당인 공명당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는 선거 직후 “국민의 이해 없는 개헌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투표 가결을 담보하려면 의석수를 떠나 여당과 제1~2 야당이 큰 틀에서 합의하는 수준은 돼야 한다는 게 공명당의 판단이다. 개헌 발의를 했다가 부결됐을 때의 역풍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상원 격인 참의원 지지 여부도 미지수다. 중의원 개헌 세력이 80%라지만 참의원에선 아직 3분의2를 약간 넘는 수준이다. 국민투표를 고려하면 상징성이 큰 참의원의 지지도 필수다. 이 과정에서 연립 여당인 공명당 지지 중요성은 더 커진다.
개헌 강경 반대파인 입헌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약진하며 제1야당으로 부상한 것도 아베 총리와 자민당에는 큰 부담이다. 입헌민주당의 의석수는 55석으로 전체의 12%밖에 안되지만 엄연히 제1야당이 됐다. 국민투표 전 ‘여당과 제1야당이 합의한 개헌안’이란 모습을 연출하는 게 사실상 어렵게 된 것이다. 여기에 제2야당 희망의당도 개헌 자체는 찬성하지만 자민당에 쉽사리 주도권을 내주지 않을 태세다. 벌써 개헌 항목·조문 개정에 사사건건 개입할 조짐이다.
아베 총리 정부와 자민당이 선거 압승에도 개헌 논의에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동 여당인 공명당은 물론 희망의당, 유신당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는 게 기본 전제다.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은 “선거는 끝났지만 신중히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 역시 개헌 논의에 직접 나서지 않고 당에 이를 위임키로 했다. 그는 개헌 시기 질문에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며 “희망의당, 유신회 등 다른 당의 찬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닛케이는 “개헌 발의는 현실화하고 있지만 앞으로의 논의는 굴곡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