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새 마약 압수량 1.8배↑…심우정 "檢, 세계 마약범죄 허브될 것"

by송승현 기자
2024.10.30 16:01:31

대검, 제31차 마약류퇴치 국제협력회의 개최
10대 마약사범 비중, 5년 새 518% 증가
태국과 국제공조…베트남 등으로 확대 추진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국내에서 압수된 마약류가 5년 사이 약 1.8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마약 범죄가 각국으로 얽혀 수사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30일 “하나의 국가 단독으로 마약범죄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 원인을 끊어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며 국제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심 총장은 이날 오전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31차 마약류 퇴치 국제협력회의’(ADLOMICO·아드로미코) 개회사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아드로미코는 지난 1989년 대검찰청이 마약류 범죄에 공동 대처하기 위해 창설한 지역 최대 규모의 마약퇴치 국제회의다. 30여년간 매년 우리나라에서 개최돼 왔다.

대검찰청이 30일 개최한 ‘제31차 마약류퇴치 국제협력회의(ADLOMICO)’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대검찰청 제공)
마약범죄는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의지에도 불구하고 계속 증가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국내 마약류 압수량은 2019년 362kg에서 2023년 998kg으로 175.6%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마약범죄에 손을 대는 10~30대 비중이 갈수록 늘고 있단 점이다. 마약류 사범 단속 인원 중 20~30대는 2019년 7647명이었으나 2023년에는 1만5051명으로 96.8% 늘었다. 심지어 같은 기간 10대는 239명에서 1477명으로 518% 늘었다.

이와 관련해 대검은 “범행 과정을 세분화한 전문적 범죄조직이 인터넷,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가상자산 등을 이용해 비대면 온라인 거래 등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 배경에는 국제 밀수조직들의 마약류 대량 유입 등이 있어 국제공조를 통해 마약류를 사전 차단해 근본적인 범죄 근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검찰은 최대 마약류 발송국인 태국 마약청과 ‘원점타격형 국제공조시스템’(SOP)를 구축해 공조수사를 벌이고 있다. 실제 최근 대검 마약·조직범죄부(부장 노만석 검사장)는 이 시스템을 통해 태국에서 필로폰을 밀반입시킨 한국인 마약발송책 2명을 검거해 국내로 송환하는 데 성공했다.

검찰은 원점타격형 국제공조시스템을 주요 마약류 발송국인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로 확대 적용하는 걸 추진 중에 있다. 이들과 공조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나, 최근 5년간 마약류 사범이 증가하는 등 협력관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단 거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30일 열린 ‘제31차 마약류퇴치 국제협력회의(ADLOMICO)’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대검찰청 제공)
검찰은 세계 마약범죄에 대한 국제 공조를 위해 허브 역할을 할 것을 자처했다. 심 총장은 “우리는 30여년간 ‘아드로미코’라는 이름으로 함께 모여 신뢰를 쌓아왔고,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긴밀하게 협력하고, 부단하게 노력해 왔다”며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마약사건 정보를 전달해 해외 마약 경로를 추적하고, 마약 대금으로 이체된 가상자산의 정보를 분석해 해외에 은닉된 범죄수익을 환수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심 총장은 우리나라 검찰의 마약 수사를 소개했다. 그는 “온라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 마약 범죄정보를 24시간 감시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불법 거래를 적극 차단하고, 유통범죄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며 “또 의료용 마약류의 불법 취급범죄를 전담하는 전문수사팀을 만들어 처방 남용 의료기관, 중독투약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대한민국 검찰은 앞으로도 효율적인 마약 통제를 위해 각종 시스템과 수사기법을 개발하고, 신속한 국제공조수사를 위한 협력에도 더욱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는 세계 마약류 동향, 국제협력방안 및 최근 급증한 신종 마약류 변화 등에 대한 각국 주요 인사들의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특히 이번에는 유엔(UN) 본부의 고위급 인사인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정책·공보국장이 최초로 회의에 참석한다. 이와 더불어 28개 국가, 6개 국제기구, 국내 14개 유관기관, 각급 검찰청 등 역대 최대 인원인 총 250여명이 참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