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증시 16개월 만에 최저치…독일은 '베어마켓' 눈앞

by이소현 기자
2025.04.07 18:50:57

유로스톡스600, 6% 하락…2023년 말 후 최저
독일 닥스 지수 한때 10% 하락…약세장 근접
바클레이스, 유로스톡스 600 전망치 하향 조정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 무역 정책 고수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유럽 증시를 강타했다.

7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증권거래소에서 독일 주가 지수 DAX 그래프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 주요 지수는 일제히 하락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범유럽 대표 지수인 유로스톡스600은 개장 직후인 오전 9시 30분(중부유럽 표준시 기준) 전장보다 약 6.3% 하락한 464.26포인트까지 떨어졌다. 팬데믹 이후 가장 큰 하루 하락폭이며, 2023년 말 이후 최저 수준이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무역 의존도가 높은 독일 시장이었다. 독일 닥스 지수는 장 초반 한때 10.26%까지 하락해 유로존 주요국 중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지난 3월 사상 최고치 대비 20% 이상 하락하면서 ‘베어마켓’(약세장) 진입 가능성에 직면했다고 로이터는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자들은 약을 먹어야 할 시간”이라며 무역적자가 해결될 때까지 중국과 합의는 없다고 못 박으면서 협상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던 시장의 불안을 증폭시켰다.

머니팜의 리처드 플랙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협상 신호를 기대했던 시장에 트럼프의 발언은 찬물을 끼얹었다”며 “그는 시장 반응에 개의치 않고 자신의 길을 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유럽 은행주도 무너졌다. 독일 코메르츠방크(-10.7%), 도이치방크(-10%)가 급락하며 금융주의 낙폭을 주도했다.

국방 예산 확대 기대감에 상승했던 방산 관련주도 차익 실현 매물에 크게 밀렸다. 라인메탈, 헨솔트, 렌크 등은 8~12%대 급락세를 보였다.

유럽연합(EU)은 미국산 2800억 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EU에 철강·알루미늄·자동차에 25% 관세, 나머지 대부분 품목에는 20% 상호관세를 부과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미국의 전면적 관세가 유로존 경제성장률이 첫해에 0.3%포인트 낮출 수 있으며, EU의 보복 조치까지 포함하면 최대 0.5%포인트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 전망이 급격히 어두워지며, ECB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시장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유럽 예치금 금리 전망은 지난주 1.9%에서 지난 4일 1.75%로 떨어지더니 이번주엔 1.65%로 하락했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유로스톡스600 의 연말 목표치를 기존 580포인트에서 490포인트로 하향 조정하며 “현 단계에서 포인트 전망치를 설정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 “이번 사태는 전례 없는 위기이며, 예측 모델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