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음료수 꺼내던 '수급자'의 죽음…"체온 40도였다"
by채나연 기자
2024.08.08 23:40:57
'열사병'으로 쓰러져 사망
병원 14곳 수용 거부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무더위에 오랫동안 노출돼 열사병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진 기초생활수급자가 병원 14곳에서 이송을 거부당한 뒤 병원에 도착했지만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 지난달 열사병으로 숨진 40대 A씨.(사진=JTBC ‘뉴스룸’) |
|
지난달 홀로 지내던 기초생활수급자가 열사병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숨진 가운데 8일 JTBC 뉴스룸이 해당 사건에 대해 보도했다.
공개된 CCTV 영상에서 40대 A씨는 편의점 냉장고에서 이온음료를 꺼내던 중 갑자기 비틀거리더니 그대로 쓰러졌다. A씨는 일어나려 애썼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는 듯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한다.
최초 신고자는 “술 취해서 비틀거리는 게 아닌 것 같았다. 몸을 떨었다”고 매체에 전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원이 오전 11시 3분에 편의점 도착 후 측정한 A씨의 체온은 이미 40도였다.
당시 A씨는 근처 집으로 데려달라고 요청했지만 구조대는 열사병으로 추정되는 A씨가 혼자 집에 있기에 적절하지 못하다 판단해 병원 이송을 결정했다.
소방 관계자는 “집 입구부터 50cm 이상 쓰레기가…집안 내부도 그렇게 시원한 게 아니었다”고 전했다.
구조대가 A씨를 구급차에 옮겨 병원 14곳에 이송을 문의했지만, 모두 수용을 거부당했다.
결국 A씨는 쓰러진 지 1시간 34분이 지난 오후 12시 37분에서야 국립중앙의료원에 도착했고, 열사병 진단을 받은 직후 숨졌다.
A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온열 질환에 취약한 계층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온열질환자는 2004명을 기록 중이며 이중 사망자는 19명이다.
온열질환은 열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질환으로 환경에 장시간 노출 시 두통, 어지러움, 근육 경련, 피로감, 의식 저하 등의 증상을 보이고 방치 시에는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는 질병으로 열사병과 열 탈진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온열 질환자 대부분은 생계유지 능력이 없거나 생활이 어려운 기초생활수급자나 노인 등의 사회적 약자로 파악됐다.
질병청은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가 발령되면 더운 시간대 활동을 줄이고 규칙적으로 물을 자주 마시고 샤워를 자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