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국내 기업 중 부채 1위 '굴욕'

by김형욱 기자
2022.08.24 21:28:58

1년새 28.5조 늘어나 165.8조
잔기 팔수록 손해…개선 시급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한국전력공사(015760)의 부채규모가 금융사를 뺀 국내기업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가 이하에 전기를 파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부채가 1년 새 28조5000억원이나 늘었다. 회사채 발행도 한계에 달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2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한전의 올 6월 말 부채총계는 165조8000억원이었다. 지난해 6월 말보다 28조5000억원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사실상 국내 기업 중 최다이다. 수치상으론 전체 상장사 중 8위이지만 1~7위는 예금과 보험료가 부채로 잡히는 금융회사이기 때문이다. 비금융 기업 중에선 한전 부채가 가장 많았고 현대차(005380)(162조5000억원), 삼성전자(005930)(120조1000억원), SK(034730)(115조7000억원), HD현대(45조5000억원), 포스코(005490)홀딩스(43조1000억원) 등이 뒤따랐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한전이 1위는 아니었다. 작년 6월까지만 해도 현대차의 부채(151조3000억원)가 한전(145조8000억원)보다 많았지만, 올 들어 역전됐다. 같은 기간 자본금은 급감했다. 지난해 6월 말 69조7000억원이던 한전의 자본금 규모는 올 6월 말 55조4000억원으로 14조3000억원이나 줄었다. 상장사 3위였던 한전의 자본금 순위는 6위로 내려앉았다.



한전의 부채가 늘고 자본이 줄어든 것은 지난해부터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며 대규모 적자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에너지가격 급등으로 유연탄·천연가스 등 발전 연료비가 두 배 이상 오른 반면, 전기요금은 소폭 인상에 그쳐 한전은 전기를 밑지고 파는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올 상반기만 봐도 한전은 발전사로부터 1㎾h당 140.1원에 전기를 사들여 소비자들에게 110.4원에 팔았다. 그 결과 한전의 올 상반기 영업손실액은 14조3033억원에 달했다.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도 시급해졌다. 한전은 현 적자 상황을 회사채 발행으로 틀어막고 있지만, 현행 법상 이르면 내년 초부터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전의 회사채 누적 발행액은 60조원에 달한다. 이 추세라면 하반기에도 20조원을 더 발행해야 정상 운영이 가능한데, 이 경우 올 연말 한전의 회사채 누적 발행액이 회사채 발행한도(91조8000억원)에 다가선다.

한전법은 한전이 적립금과 자본금 합계(45조9000억원)의 2배 이내로만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규모 적자 상황이이어진다면 적립금과 자본금 축소로 회사채 발행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전법 개정을 통해 한전의 회사채 발행 한도 상향 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전력공급을 도맡은 한전이 사실상 부도 상태에 놓이는 것만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전력업계에선 전기요금이 일정 수준 이상 연료비 원가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산중위에 참석해 “전기요금 정상화 논의는 에너지 충격이 있기 때문에 일시에 올리기 어렵고 긴 시간을 두고 완충해나가는 방법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