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법조계 중심은 변호사"…2만여 회원 이끄는 변협 회장의 무게
by송승현 기자
2019.01.22 17:18:10
대법관에서 특검 추천까지…갈수록 높아지는 변협 위상
변호사 과잉공급 시대 ''직역 수호''에 사활
상고심 변호사 강제주의 등 일자리 창출
사시vs로스쿨 출신 갈등 해소에도 역점
| 이찬희 제50대 대한변호사협회장 당선인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숭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당선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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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이제는 변호사가 법조계의 중심이 돼야 한다.”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 50대 회장으로 선출된 이찬희(54·사법연수원 30기) 변호사는 당선 일성부터 직역 수호와 변호사의 미래에 방점을 찍었다. 이 당선인은 22일 오후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숭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법부와 검찰이 모두 혼란을 겪고 있는 등 법조계 전체가 위기인 상황에서 변호사 회원들의 권익과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2013년 직선제 도입 이후 첫 단독 출마로 치러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흥행에 실패할 것이란 우려를 불식시키고 당선 기준인 3분의 1 이상 찬성표를 가뿐히 넘어섰다. 단독 출마 후보의 경우 회칙상 총 유권자(2만1227명)의 3분의 1인 찬성 7076표 이상을 얻어야 한다. 이 당선인은 9322표(전체 선거권자 43.92%)의 지지를 얻어냈다.
대한변협 사무총장과 재무이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이 당선인만한 인물이 없다는 평가가 많았다. 반면 로스쿨 출신 회원들이 40% 가까이로 늘어나면서 기존 대형 로펌 입김이 약해지고 사시 출신과 로스쿨 출신 간 지지층이 갈린 탓에 굳이 대항마로 나설 유인책이 미흡했다는 시각도 있다. 일부에선 변협 회장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직역 수호를 핵심 공약으로 내건 만큼 이 당선인은 우선 변협의 역량을 총동원해 직역 수호 및 일자리 창출에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변호사 업계에선 세무사·변리사 등 유사 직역들의 활동 영역 잠식 현상이 거세지면서 생존권 위협을 우려하고 있다. 대한변협 회장 자리가 갖는 무게감을 고려하면 이 당선인이 밝힌 소감은 앞으로 변협의 위상 강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날 기준으로 전체 2만1573명에 이르는 변호사를 회원으로 둔 변협 가입은 변호사에게 선택이 아닌 의무다. 변호사 자격이 있는 현직 국회의원이나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변호사들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법조계를 포함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변호사 개업을 위해서는 지방변호사회를 통해 변협에 등록해야만 하고 등록이 거부될 경우 변호사 활동은 금지된다. 또 법무부로부터 변호사 징계권을 위임 받아 회원에 대한 징계를 독자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직역단체기도 하다.
특히 법조계 고위직 후보자에 대한 추천권을 갖는 등 직역 대표자로서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대표적으로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법원조직법(제41조)에 따르면 변협 회장은 대법원장 자문기구인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당연직 위원이다. 지난해 8월 퇴임한 고영한·김신·김창석 대법관 후임자로 변협에서 추천한 김선수·노정희 후보자가 대법관에 임명됐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에서 특검 추천권까지 행사하는 등 변협의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사법농단 의혹 사태를 계기로 대법원이 법원행정처 폐지와 사무국 신설, 사법행정회의 신설 등 사법부 개혁 추진 방침을 밝힌 가운데 사법행정회의위원 추천권도 갖게 됐다.
| 이찬희 제50대 대한변호사협회장 당선인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숭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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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적인 위상 강화와 함께 이 당선인은 업계 최대 화두인 직역 수호에 사활을 걸겠다는 방침이다. 과거 사법제도가 사법연수원을 통한 소수 엘리트 법조인 양성 시스템으로 운영되면서 변호사 공급은 국민의 법률 서비스 수요를 만족시키기에 부족했다. 세무사·변리사 등 법조 유사직군이 보완재로 그 역할을 수행해왔다. 하지만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 도입 만 10년째인 올해 변호사 수는 급증해 오는 2022년께 3만명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사 직군의 직역 침탈 현상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게 이 당선인의 판단이다.
이를 위해 상고심 변호사 강제주의를 적극 도입할 방침이다. 상고심 변호사 강제주의란 민사 상고심에서 변호사 변론을 의무화하는 제도다. 현재는 형사 사건에서 법정형이 일정 기준 이상인 경우 변호인 없이는 재판하지 못하도록 한다. 이를 민사 소송에도 적용해 변호사 서비스 수요를 늘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국선변호제도 운영의 변협 이관 △대한법률구조공단 개혁 △변호사 직역 수호 특별위원회 설치 △형사 성공 보수 약정 등도 주요 공약 사항이다.
아울러 변호사 간 화합도 강조했다. 서울변회 회장 재임 기간 이 당선인은 사시 출신과 로스쿨 출신 간 해묵은 갈등 해소에 신경 써 왔다. 변회 산하 각종 위원회에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을 30% 이상 위촉하는 등 화합을 위한 `탕평`에 힘을 쏟았다. 이 당선인은 “모든 변호사를 아우를 수 있는 새 집행부를 구성하겠다”며 “로스쿨과 사시 간 갈등뿐 아니라 서울과 지방 간 격차 해소를 위해 지방 변호사들을 상임위 등에 적극 기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당선인의 임기는 정기 총회 이후 다음달 26일부터 2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