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역동성 키우려면 정부 혁신하고 교육 혁신해야"

by김형욱 기자
2018.06.28 17:06:40

'2018 국민경제 국제컨퍼런스' 사람중심 경제 논의
김광두 "사람 투자 필요 시점¨정부 비용 부담해야"
독일, GDP 20% 직업교육에 투자, 한국은 고작 4%
기술수준에 따라 개인간 소득 벌어져, 평생교육 필요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2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경제 패러다임 대전환:사람중심경제’란 주제로 열린 2018 국민경제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해 개회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김형욱 김정현 기자] 대통령 직속 자문기관인 국민경제자문회의가 정부가 재원을 들여서라도 근로자 평생교육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세계 석학들도 이를 거들고 나섰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2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경제 패러다임 대전환:사람중심경제’이란 주제로 ‘2018년 국민경제 국제컨퍼런스’를 열고 평생교육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사람중심 경제의 첫 번째 초점은 최저임금 인상이나 복지 같은 것이었다면 이제부턴 사람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근로자는 6개월~1년에 달하는 유급 휴가를 통해 직업 훈련을 받고 스스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광두 부의장은 현 정부 경제정책 설계에도 중추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는 “독일은 국내총생산(GDP)의 20%가 직업 교육에 들어가는데 한국은 4% 수준”이라며 “기업, 산업별로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독일의 방식으로부터 배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으로선 근로자 교육에 선뜻 투자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보통의 한국 직장인이라면 반년 유급 휴가도 상상하기 어렵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찮다. 김 부의장은 이의 개선을 위해 정부 지원을 꺼내 들었다. 그는 “정부가 기금이나 예산을 조성해 기업이 직원 교육에 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하거나 세제혜택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석학들도 이 주장을 거들었다. 기술 발달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기업 간 근로자 간 양극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이를 완화하기 위한 장치가 없다면 경제가 지속 성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런 상황을 ‘고장 난 엘리베이터’나 ‘물이 새는 배관’에 비유하기도 했다.

2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8 국민경제 국제컨퍼런스’에서 폴 크루그먼 교수(왼쪽 두번째부터),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로미나 보아리니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사무총장 선임자문관은 “기업 역동성을 키우려면 정부가 주도적으로 혁신해야 하고 그중에서도 특히 교육 시스템을 증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교육 시스템은 대학교 같은 고등교육 기관에서 ‘투자’가 끝난다고 여기지만 노동 시장에서 필요한 기술은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근로자들을 재교육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은 “미래의 기술적 변화는 일자리 경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고 특히 기술 수준에 따라 기업과 개개인의 소득은 더 벌어지고 있다”며 “기술 발전에 따른 수혜를 형평성 있게 나누려면 사람에 대한 평생 교육에 정책이 집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국장은 “평생교육에 대한 정부 지출은 지원의 의미가 담긴 보조금이나 지출이 아닌 투자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정부나 사회의 인식 전환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공공의 비용도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왔다. 다니엘 그로스 벨기에 유럽정책연구센터(CEPS) 경제재정연구소장은 “특정 회사로선 근로자에게 직업교육을 진행하다가 이직해버리면 손해일 수도 있지만 특정 산업 차원에서 진행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며 “공공지출은 적은 수준에 그치고 비즈니스 차원에서 지속 가능한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석좌교수는 이 같은 논의가 단순히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이 아닌 구성원 개개인의 삶의 만족, 사회적 포용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미국은 경제 상태가 과거보다 나아졌음에도 양극화 속에서 여전히 사회의 일원으로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며 “한국도 부유한 국가에 속하게 됐지만 사회적 포용 면에선 아직 뒤쳐져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행사에 축사해서 “로마, 영국 같은 역사적 강대국의 공통점은 포용과 혁신”이라며 “그리고 이는 결국 사람에 달렸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사람중심 경제와 소득주도 성장을 통해 포용하고 혁신성장을 통해 혁신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서울 신라호텔엥서 열린 ‘2018 국민경제 국제컨퍼런스’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기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