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사드…쌓이는 불확실성에 우는 한국경제(종합)
by김정남 기자
2016.07.11 17:20:22
한국, 중국의 제1의 수입국…무역 의존도 커
"보호무역, 양국 모두에 손해…가능성 낮아"
''사드 리스크'' 무시는 어려워…불확실성 누적
시장 충격 작지만…일부 관련주 주가는 하락
|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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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세종=최훈길 기자] 미국의 트럼프 신드롬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 중 가장 도드라지는 경제적 특징이 바로 보호무역주의다.
이번에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다. 우리나라의 사드 배치 결정이 중국 보호무역주의 강화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경제계가 긴장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중국이 그 질서를 저촉되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긴 하다. 다만 우리나라의 대중(對中) 교역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자칫 큰 불확실성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 경제에 보호무역주의는 독(毒)이다.
11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현재 중국의 제1의 수입국이다. 중국은 올해 1~5월 우리나라로부터 611억300만달러어치를 수입했다.
이는 일본(539억3600만달러) 미국(515억600만달러) 대만(506억3700만달러) 독일(341억2800만달러) 호주(224억9300만달러) 등보다 더 앞선 수치다. 지난해 역시 우리나라가 1742억8900만달러 규모로 1위를 차지했다. 우리 산업계의 중국 의존도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수출 상황도 비슷하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4위 수출국이다. 중국은 올해 들어 374억7900만달러어치를 우리나라에 수출했다. 미국(1424억9300만달러) 홍콩(1085억5200만달러) 일본(512억300만달러) 등에 이은 4위다. 중국 역시 우리 경제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당장 중국이 무역보복에 나서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비관세장벽 강화 △중국인 관광객 통제 △한국기업 불매운동 △국내서 중국 자본 철수 등의 제재 수단이 거론되긴 하지만, 당장 그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조장옥 한국경제학회장(서강대 경제학부 교수)은 “사드 영향으로 중국과 사이는 나빠질 수 있지만 보호무역은 양쪽 모두에게 손해”라면서 “그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영 국제무역연구원 중국담당 수석연구원은 “정치적 이슈인 사드가 경제적 이슈로 확산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중국도 한중관계 악화는 부담일 수 밖에 없다. WTO에 저촉되는 행동까지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의 움직임도 다르지 않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은 본지 통화에서 “사드의 경제적 파급은 양국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여러 채널을 통해 모니터링을 하면서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또다른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이번 G20 통상장관회의에서도 회원국들은 최근 보호무역 강화 움직임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국회에서 “(중국의) 대규모 보복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여러가지 시나리오별로 플랜을 짜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금융시장도 사드 영향이 크지 않았다. 이날 코스피는 전거래일보다 25.44포인트(1.30%) 오른 1988.54로 마감했다. 지난 8일 사드 배치 결정을 이후 10포인트 이상 빠졌다가 이날 반등에 성공했다. 위험자산인 원화도 오히려 강세였다. 원·달러 환율은 15.10원(1.30%) 내린(원화 강세) 1146.7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렇다고 ‘사드 리스크’를 마냥 흘리기도 어렵다.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소식인 것만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기업구조조정과 브렉시트에 이어 또다른 불확실성이 우리 경제에 던져졌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가뜩이나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는 와중이어서 각 경제주체들의 불안감은 커질 수 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최근 각종 대내외 불확실성을 두고 지난 1974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스웨덴 경제학자 군나르 뮈르달의 ‘누적과정(cumulative process) 이론’을 언급했다. 그는 “모든 경제 요인은 시계열적으로 상호 작용을 하면서 누적과정을 일으키는데,우리 경제는 점점 악순환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걱정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이 명시적으로 (경제 보복을) 할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사드 자체가 크다는 큰 이슈는 아니지만 불확실성이 누적되는 건 분명하다”고 했다.
중국이 실제 무역보복을 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기도 어렵다. 중국은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를 놓고 분쟁 중인 일본에 대해 2010년 희토류 수출 중단과 일본산 자동차 불매운동 조치를 한 적이 있다. 2010년 반체제 인사인 류샤오보에게 노벨평화상을 준 노르웨이를 상대로 연어 수입을 중단하기도 했다. 김상조 교수는 “우리도 그렇게 되지 말란 법은 없다”고 했다.
이미 조짐도 있다. 정부는 중국 수출 길이 막힌 삼성SDI(006400)와 LG화학(051910)의 배터리 현안 문제에 대해 해결책은 찾지 못했다.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전날 G20 통상장관회의에서 가오후청 중국 상무부 부장과 양자회담을 했지만 배터리 현안에 대해선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도 사드 후폭풍을 완전히 비껴가지는 못하고 있다. 중국 수요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화장품 등의 주가가 주저앉은 것이다. 이날 아모레퍼시픽의 지주회사인 아모레G(002790)의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2.45% 하락한 15만9500원에 마감한 게 대표적이다. LG생활건강(051900) 주가도 3.55% 떨어졌다. 코스피지수가 상승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관광주(株)의 하락도 눈에 띄었다. 카지노업체인 파라다이스(034230)와 GKL(114090)의 주가는 각각 3.82%, 3.48%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