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장영은 기자
2015.11.02 16:54:21
朴, 과거사 문제 해결 중요성 강조 vs 아베, 미래 지향적인 관계 구축 주장
3국 협력 의지 다졌지만 양자간 현안은 제자리 걸음
"日, 외교적 부담 있을 것"…중장기적 성과 있을지는 ''의문''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국내외 관심을 끌었던 한일 정상회담은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장고(長考)의 흔적만을 남긴 채 끝이 났다.
3년 반만에 처음으로 양자 회담을 가진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단독 회담만 한시간, 총 100분간 얼굴을 맞댔지만 주요 쟁점인 군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는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는 한일 정상회담 개최가 발표되던 시점부터 예측됐던 결과이지만, 당초 30분간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던 회담 시간이 1시간 반 이상으로 길어지면서 양 정상이 ‘담판’을 짓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있었다.
이미 한일 외교당국은 9차례의 국장급 협의를 통해 군위안부 문제만을 논의해왔으나 공전을 거듭했다. 지난달 말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열린 국장급 협의와 차관보급 협의(11월29일)에서도 과거사 문제에서는 이렇다 할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의 입장 차이가 워낙 극명해 정상회담에서도 이를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회의론이 팽배했지만, 여러 차례 협의를 통해 양측의 입장을 정확히 알고 있는 만큼 정상이 만난 자리에서라면 혹시 ‘대타협’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낙관론도 있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한시간의 독대에도 “협의를 합의했다”는 피상적인 수준의 결과에 머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한일 정상이 위안부 문제와 관련, “조기 타결을 위해 협상을 가속화하기로 했다”는 짧은 결론을 발표했다.
김성철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은 “지금까지 나온 내용만 봐서는 별 성과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회담 시간을 길게 할애하면서 위안부 문제 타결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만 키웠다가 오히려 실망감을 안긴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가 박 대통령과 회담 후 가진 일본 기자들과의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 양측의 입장 차이가 전혀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아베 총리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위에 장래세대에 걸림돌을 남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와 일본 정부가 생각하는 위안부 문제의 조기 타결의 방향이 여전히 다른 곳을 향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를 전제로 하는 우리측과 과거에 대한 이야기는 접고 미래 협력 관계를 이야기하자는 일측의 입장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아·태 연구부 교수는 “우리는 과거를 이야기하고 일본은 미래를 이야기하는데 사실 양쪽이 동시에 이야기돼야 하는 것”이라며 “양측이 선명한 대립 구도를 보이는 건 향후 협상에 있어 걱정이 되는 부분”이라고 봤다.
다만, 양 정상이 오랜 시간에 걸쳐 논의를 거듭하며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의지를 보였다는 점과 명목상이나마 ‘가속화’, ‘조기타결’ 등에 합의한 점은 향후 실무급 협의에 힘을 보태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조 교수는 “내용면에서는 진일보한 측면이 없지만 최소한 이번 회담을 통해 위안부 문제 해결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환기시켰다”고 강조했다.
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아베 총리가 일본 내에서 위안부 문제를 얘기했을 때보다 한국에 와서 박근혜 대통령과 단둘이 만나서 얘기했을 때 지금까지의 태도와는 상당히 느낌이 달랐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비공식으로 만나면서까지 (군위안부 문제를)이야기했기 때문에 어떠한 형태의 결과물을 일본이 내놔야 하는 그런 외교적 부담은 안게 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