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 금호산업 탈환 가능성 커졌다

by성문재 기자
2015.04.28 20:07:36

박 회장, 호반건설 우협 선정시 가격 수용할 듯

박삼구(왼쪽)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금호산업 인수 본입찰에 28일 호반건설이 단독 입찰했다. 입찰가격이 최고 1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되던 것과 다르게 호반건설이 6007억원이라는 가격을 써내면서 유찰 가능성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박삼구 회장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판세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이날 운영위원회를 열고 호반건설의 인수가격에 대한 수용 여부를 논의했다. 채권단이 예상한 금액보다 호반건설이 써 낸 금액이 너무 낮다고 판단하면유찰시키고 재입찰에 부칠 수 있다.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도 금호산업 인수전의 승자가 호반건설로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다. 통상의 입찰과는 달리 이번 인수전에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매수권을 가진 박 회장이 호반건설의 제안 가격을 수용하기만 하면 금호산업을 되찾는 데 성공하고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재건도 가능해진다.

박 회장의 자금 동원력은 1000억~2000억원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재계 마당발로 통하는 만큼 재무적 투자자(FI)를 끌어오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예비입찰 과정에서 신세계나 롯데 등이 참여하지 않은 것도 박 회장의 노력에 따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박 회장은 이번 인수전 시작 전부터 “모든 일은 순리대로 될 것”이라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자신감을 내비쳐왔다.

채권단이 호반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경우 2주 안에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이 내용이 우선매수권자인 박 회장에게 전달된다. 박 회장은 회신 날짜로부터 한달 안에 호반건설이 제시한 주당 인수 가격에 금호산업 지분 50%+1주를 매입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박 회장이 매입 결정을 내리면 석달 안에 대금을 치르고 금호산업 지분을 취득하게 된다.

만약 박 회장이 호반건설이 채권단에 제시한 가격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금호산업 지분 인수권리는 호반건설에게 넘어간다. 이 경우 호반건설이 석달 안에 대금을 지급하면 금호산업의 새 주인이 된다.



호반건설 제시 가격인 6007억원이 채권단 최저입찰가격 기준의 하한선에 근접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채권단은 전체회의를 소집해 유찰시키고 재입찰에 부칠지를 논의하게 된다.

유찰될 경우에도 박 회장으로서는 불리할 것이 없다. 오히려 금호산업 인수전 본입찰에 호반건설만이 단독 입찰한데다 호반건설이 하나금융투자로부터 4000억원 규모의 투자확약을 받고서도 예상보다 낮은 베팅에 나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박 회장의 인수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번에 매각하는 지분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금호산업 워크아웃 과정에서 출자전환 등을 통해 보유하게 된 57.5%(약 1955만주)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 항공의 최대주주(지분 30.08%)로 항공화물 물류사업과 연 매출 1100억원 규모의 기내식 사업, 시내 면세점 운영권 등 알짜 사업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저비용항공사인 에어부산 지분 46%를 포함, 금호터미널(100%), 금호사옥(79.9%), 아시아나개발(100%), 아시아나IDT(100%)를 계열로 두고 있다.

금호산업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398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32.3%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조5235억원으로 6.2%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1058억원으로 101.1%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