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2' 서청원·김무성 싸움만 보이는 與 전당대회

by김정남 기자
2014.07.10 17:55:14

서청원 "대권 포기하라"‥김무성 "중대결단 먼저"
'빅2' 쏠림 심해져‥전대 이후 당 내홍 우려 팽배

김무성 의원(왼쪽)과 서청원 의원이 10일 서울시 상암동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새누리당 전당대회 토론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여권의 차기당권 ‘빅2’인 서청원·김무성 의원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두 의원은 7·14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어지는 각종 행사에서 ‘대권포기’ 이슈 등을 두고 연일 날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다만 두 의원간 반목이 깊어질대로 깊어지면서 전당대회 이후 당내 내홍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빅2에 모든 게 집중되다 보니 집단지도체제 하에 나머지 최고위원에 대한 검증은 오히려 소홀해진다는 지적도 있다.

10일 서울 상암동 SBS 프리즘타워에서 열린 새누리당 전당대회 합동토론회. 모두 9명의 당권주자들이 토론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주어진 시간은 1시간30분. 9명의 의원은 겨우 7~8분의 시간만 할당 받았고, 토론회는 결국 ‘정견발표’ 수준에 그쳤다. 이 때문에 눈에 띈 것은 서·김 의원의 날선 신경전 뿐이었다는 말이 당내에서 나왔다.

먼저 공세를 취한 것은 서 의원이었다. 서 의원은 김 의원을 향해 차기 대권 출마 여부를 분명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그는 전날 대구 합동토론회에서도 김 의원이 대권을 포기하면 ‘중대결단’을 하겠다고 했다. 이에 김 의원은 “그 중대결단부터 말하라”고 받아쳤다.

미래에 욕심이 있는 사람이 당대표가 되면 불공선 경선에 휩싸일 것으로 본다. 또 건건이 청와대와 부딪힐 것으로 본다.

먼저 중대결단이 무엇인지 말을 해야 입장을 밝힐 수 있다.

(대권포기를) 안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제가 먼저 제기했던 대권포기 입장을 확실히 하기 전엔 말할 수 없다.



그것은 말이 안된다.

이번 전당대회는 대권을 위해 나온 사람과 당권을 나온 사람간 싸움으로 본다.

그것은 혼자만의 주장이다.

서 의원은 토론회가 끝나자마자 국회로 와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의원은 아직 대답이 없다”면서 “이제 여러분의 선택은 단순해졌다”고 밝혔다. 김 의원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일방적으로 ‘포기하라’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전날까지만 해도 서 의원의 요구에 사실상 무대응 방침을 피력했다. 그랬던 김 의원이 이날 대권포기 이슈에 다시 재반박하고 나서면서, 두 의원간 갈등이 추후 더 격해질 수 있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서·김 의원에 대한 ‘쏠림’이 집단지도체제에 대한 본질을 흐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새누리당은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5명의 선출직 최고위원 외에 2명의 지명직 최고위원,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등 9명이 지도부를 구성하는 체제다. 당대표 1인체제의 폐해를 줄이고자 지난 2005년 도입된 당 혁신안의 주요 골자였다.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 빅2에 대한 의원들간 ‘줄서기’ 소문은 공공연하게 퍼져있다.

이번 전당대회에 나선 당권주자 중 한 의원은 “집단지도체제에서는 당대표에 못지않게 나머지 최고위원들의 힘도 커야 한다”면서 “쏠림현상이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이후가 더 문제라는 걱정도 팽배하다. 서·김 의원 중 누가 대표가 되건 추후 사사건건 부딪힐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당 대표는 당을 장악하려 들고, 2위 최고위원은 대표를 흔들 게 뻔하다는 것이다. 두 의원은 당장 지명직 최고위원부터 시작해 당내 각종 ‘알짜배기’ 보직에 대한 인사를 두고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당내 한 소장파 재선 의원은 “누가 대표가 되건 내홍은 더 심해질 것”이라면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떨어지는 추세에서 이런 지도부라면 6개월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