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이재명 기본소득, 급할수록 돌아가라
by최훈길 기자
2021.07.26 19:26:09
재정 부담, 국민적 합의 ‘가시밭길’
최저임금 인상처럼 강행하면 후유증
경제정책은 시장 보고 유연하게 가야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전 국민 기본소득은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실현되기 어렵습니다.”
이한주 경기연구원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원장은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브레인이자 경제책사로 알려져 있다.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은 경제학과 교수로 합리적 시각을 갖춘 전문가다. 그는 3시간 가량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전 국민 기본소득은 정말 어렵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기본소득은 대전환 시대 최대 과제인 소득양극화 완화와 동시에 지속성장을 가능케 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사진=이재명 캠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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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재정 문제다. 이 원장은 “전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주려면 상상을 초월하는 큰 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 국민에게 한 달에 50만원씩 주려면 연간 300조원이 필요하다. 올해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국세는 314조3000억원(2차 추경 기준)이다. 전 국민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세금 부담이 두 배나 커지게 된다.
그 다음으로는 사회적 합의 문제다. 그는 “국민적 합의를 이뤄내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기본소득 도입 여부도 이견이 크지만, 언제부터 누구에게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지급할 지도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충분하다고 느낄 정도라면 재정 부담이 크고, 재정 부담을 낮추면 ‘쥐꼬리 기본소득’이라는 반발이 나올 수 있다.
대타협 과정에서 3가지 전선이 불거질 수 있다. 첫째, 전 국민 기본소득을 추진하면 재정당국이 반대할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반대했던 게 재연되는 것이다. 둘째, 국토보유세든 탄소세든 재원 마련을 위해 증세를 하면 기업을 비롯한 시장의 반발이 제기된다. 셋째, 기존 복지제도·예산을 구조조정하면 보건복지부나 사회복지단체가 들고 일어날 것이다.
물론 정치인들은 증세도 없이, 복지 구조조정도 없이 추진하는 방안도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방안은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말처럼 현실성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어마어마한 재원을 마련하려면 전 방위 증세를 하거나 대대적인 복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 원장도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청년·아동수당을 높이는 정도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하는 게 어떨까”라고 되물었다.
우려되는 점은 이재명 지사가 목표를 못 박은 점이다. 그는 지난 22일 기자회견에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전 국민에게 1인당 연 100만원(4인가구 400만원)을 소멸성 지역화폐 형식으로 지급하고, 청년들에게는 추가로 100만원을 지급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만약 차기 정부에서 금융위기, 코로나19 같은 경제위기가 재발하면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텐가.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로 2015년 6월 삼성경제연구소를 찾았을 때 당시 경제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유증을 경고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가장 정직한 정책이 임금 인상”이라고 했고 정부는 강행했다. 그 후유증은 자영업자들이 감내해야 했다. 경제정책은 정치 구호가 아니다. 선명하기보다는 유연해야 한다. 기본소득 정책도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