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해 넘기는 국민연금 투자기업 가이드라인…"다음달 재논의"

by조해영 기자
2020.12.16 16:57:14

16일 제10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투자기업 가이드라인, 재논의에도 의결 못해
국민연금 내년도 목표 초과수익률 0.22%p
해외주식 BM에 배당소득세 감면 반영키로

[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국민연금기금의 ‘투자기업 가이드라인’ 확정이 해를 넘기게 됐다. 국민연금은 투자기업의 인수합병(M&A)이나 승계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지난 7월 “일률 적용하기에 과도하다”는 경영계 반대에 한 차례 논의가 미뤄졌으나, 16일 재논의에서도 확정되지 못해 내년 초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10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은 이날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제10차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를 열고 ‘국민연금기금 투자기업의 이사회 구성·운영 등에 관한 기준 안내(투자기업 가이드라인)’ 안건을 테이블에 올렸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기금위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시간이 밀려 충분히 논의하지 못했다”며 “다음달 다시 상정해 의견을 듣도록 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말 논의된 투자기업 가이드라인은 주주 권리와 이사회 구성, 감사기구 등 전반을 아우르는 핵심원칙 10개와 세부원칙 27개로 구성됐다. 이는 지난 2018년 7월 국민연금이 도입해 지난해 말부터 시행하고 있는 국민연금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의 후속 조치 중 하나다.

가이드라인에는 국민연금이 투자한 회사가 증권의 전환, 신주인수권 부여, 종류주식 발행 등 자본구조를 변경하는 안을 마련할 때 주주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고 적대적 기업인수 등에 대해 경영진과 이사회를 보호하는 용도로 활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M&A에 대한 방어수단이 소수주주의 이익을 희생하거나 경영진·이사회를 보호하는 용도로 활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단 내용도 있다.



경영계는 가이드라인이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가이드라인이기는 하지만 국민연금이 투자하고 있는 기업이 많아 기업경영 전반에 사실상 개입할 것이라는 우려다. 이에 기금위는 안건 의결을 한 차례 미루고 경영계 의견을 반영한 수정안을 재논의했지만 한 차례 더 미뤄지게 됐다.

기금위는 16일 논의된 수정안을 큰 틀에서 유지하되 세부적인 표현을 다듬겠다는 계획이다. 박 장관은 “기금위는 최종 의사결정 기관으로 (현재안을) 충분히 수정할 수 있다”면서도 “법령이나 지침과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가이드라인이) 정해졌기 때문에 세부적인 표현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내년도 국민연금의 목표 초과수익률은 올해와 같은 0.22%포인트 수준으로 잠정 결정됐다. 목표 초과수익률이란 국민연금이 벤치마크 대비 달성해야 하는 초과수익 목표치로, 지난 9월 말 기금 규모 기준으로는 1조7000억원 상당의 초과수익을 내야 한다는 의미다.

기금위는 “코로나19 등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기금운용본부가 안정적으로 기금을 운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에 따라 2021년 목표 초과수익률을 현행과 동일하게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날 기금위에선 해외주식 벤치마크에 국가별 배당세율을 반영하는 내용의 기금운용지침 개정안을 의결했다. 국민연금은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일부 배당소득세를 감면받고 있지만 해외주식 벤치마크에는 이 내용이 반영되지 않아 수익률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국정감사 등을 통해 꾸준히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