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은비 기자
2020.08.24 19:18:11
경매 나온 후 ''진위 여부'' 논란 일어
"불상 둘러싼 여러 문제들 연구·조사할 것"
"간송이 남긴 문화재 수호 정신 위해 구매"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지난 5월 간송 전형필(1906~1962)의 후손이 경매에 내놨다가 유찰됐던 ‘보물’ 불상 두 점을 결국 국립중앙박물관이 사들였다. 두 불상은 일제강점기에 앞장서서 문화재를 지켰던 간송가(家)에서 처음으로 내놓은 문화재로 문화계 안팎으로 큰 주목을 끌었다. 보물이 얼마에 누구한테 판매되는지부터 불상의 진위 논란까지 불상을 둘러싼 ‘잡음’이 많았던 만큼 그 여부가 밝혀질지 이목이 집중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4일 “케이옥션 경매에서 유찰됐던 보물 제284호 금동여래입상과 보물 제285호 금동보살입상을 최근 박물관 예산으로 구입했다”며 “코로나19로 잠정 휴관 중인 박물관이 재개관하는 시점에 맞춰 상설전시실에서 전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구입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문화재계에서는 두 점을 합해 30억원 이하인 것으로 보고 있다.
두 불상은 1938년 설립된 간송미술관이 공식적으로 경매에 내놓은 첫 미술품이다. 일각에서는 1963년 보물로 지정된 두 불상에 대한 진위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지난 5월 22일 SNS에서는 한 미술 전문가가 “1990년대 후반 원로학자가 보물 제285호 금동보살입상에 대한 위작설을 제기하면서 지금은 대부분의 한국미술사와 불교미술사에서 빠진 상태”라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그동안 간송미술관이 연간 2번 전시를 하는 등 폐쇄적으로 운영해 학계 연구자들이 두 보물의 실물을 제대로 평가할 기회가 없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물관 측은 “두 불상에 대해서 여러 전문가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제기했던 사항들을 연구·조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이 두 보물을 구입한 배경에는 국가지정문화재인 만큼 국가기관이 사들여야 한다는 여론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두 불상의 경매 출품 사실이 공개되면서 문화계를 중심으로 많은 국민들이 간송 전형필 선생의 큰 뜻이 퇴색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며 “최종 경매가 유찰된 이후 6월 중순경 간송 측과 경매사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제일 먼저 구입 의사를 타진했다”고 전했다. 이어 “(문화재 구입은)간송이 남긴 우리 문화재 수호 정신을 훼손하지 않고 개인이 아닌 국민 모두의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전시를 통해 국민의 문화 향유권을 지킬 수 있다는 사명감으로 불상 구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보물 제284호 금동여래입상은 7세기 통일신라시대 불상이다. 높이 38㎝의 큰 키가 비슷한 연대에 제작한 한국 전통 금동불상으로선 드물다. 팔각 연화대좌 위에 정면을 보고 섰으며, 나발(부처 머리털)이 뚜렷한 육계가 높이 솟은 모양이다. 살짝 오므린 입가에는 은은한 미소를 띠었고 살짝 흘러내린 법의에 어깨와 가슴을 훤히 드러냈다. 유물의 출토지는 현재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보물 제285호 금동보살입상은 높이 18.8㎝로 경남 거창에서 출토됐다고 전해질 뿐 확실한 유래를 알 수 없다. 6~7세기 신라불상으로 알려졌다. 손을 앞으로 모아 보주를 받들어 올리고, 양옆으로 뻗은 지느러미 같은 옷자락 등이 백제지역에서 크게 유행했던 봉보주보살상, 7세기쯤 조성된 일본 호류사의 구세관음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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