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구글세, 구체적 도입준비 아냐.. 국제적 장기대책 논의 참여중"

by이진철 기자
2018.10.24 15:57:45

한국-유럽 온라인 광고시장 차이 고려해야
EU 단기대책 국내 도입 신중.. 중복과세·산업 영향 고려

[세종=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기획재정부는 24일 김동연 부총리가 국정감사에서 이른바 ‘구글세’로 불리는 다국적 정보통신(IT)기업에 대한 법인세 과세를 검토 중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유럽연합(EU) 등의 단기조치안 도입을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역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의 다국적 IT기업 과세문제 장기대책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구글세 관련해 빨리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구글세(디지털세) 과세권 확보가 필요한데 미비한 것이 사실”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구글세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다국적 IT기업의 조세회피에 대응하는 법인세 등 세금을 의미한다. 구글 등 다국적 IT기업이 국내에서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법인세 등 세금을 거의 내지 않자 과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행 국제기준(조세조약) 상 외국법인의 국내원천 사업소득에 대해선 국내에 고정사업장이 있어야 법인세 과세가 가능하다. IT 서비스의 경우 ‘서버 소재지’를 고정사업장으로 보아 원천지국에서 과세하도록 국제적으로 합의했다.

기재부는 구글 등 다국적 IT기업의 앱 마켓 수익 등과 관련 국내에 고정사업장이 없고, 서버가 국외에 있어 법인세 과세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구글코리아의 광고서비스 및 애플코리아의 상품 판매 등은 국내 자회사가 직접 계약을 체결하고 영업하고 있어 법인세를 과세, 납부 중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영국 과세관청(HMRC)이 구글영국으로부터 세금 2200억원을 납부받기로 합의한 것과 관련해선 “영국 등 일부 국가의 세금 추징실적은 일종의 협의 과세로 추정되며 명확한 과세근거는 공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경우 지난해 7월 1억3000만달러 규모의 구글에 대한 고정사업장 과세가 법원에서 취소된 바 있다.

기재부는 네이버와 구글과의 조세 부담에 대해선 우리나라와 유럽의 온라인 광고시장 상황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연결재무제표상의 법인세로서 온라인 광고, 콘텐츠, 상품판매 등 다양한 사업에 대한 국내외 원천소득을 포함한다. 이에 비해 구글 매출액은 앱 마켓의 ‘앱 구입 최종가격’을 통해 추정한 것으로 구글은 그 중 30%가량만 수수료로 수취하며, 수수료 중 일부는 결제대행업체 등에 지불한다는 설명이다.

기재부는 EU의 단기대책을 국내에 도입하는 것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기재부는 “세계무역기구(WTO) 비차별원칙에 따라 디지털서비스 공급에 대한 과세는 내·외국법인에 모두 적용돼 내국법인은 법인세와 중복과세가 된다”면서 “간접세적 성격으로 인해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기업에도 세부담 발생, 소비자전가 및 부가세와 중복과세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의 매출세 도입에 따라 타국가에서도 매출세 도입으로 대응하는 경우 외국진출 우리기업 및 관련 산업에 부정적 효과 우려된다”고 밝혔다.

영국 등처럼 다국적기업의 부당한 조세회피이익에 대해 일반 법인세율보다 높은 세율로 과세하는 ‘우회수익세’ 도입과 관련해선 “영국 등에서 다국적 기업의 부당한 조세회피 방지를 위해 도입한 제도로 디지털거래에 대한 과세조치와는 구별된다”면서 “영국도 우회수익세와 별도로 디지털 거래에 대한 과세 방안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과세요건이 불명확해 조세법률주의 위반 가능성이 있고, 조세조약과도 상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재부 관계자는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에 대응해 국내 과세권 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글의 조세회피 구조. 출처: 구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