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6.13]안철수 1호 공약 '온종일 초등학교'… 현실성은 '글쎄'
by김기덕 기자
2018.05.29 18:31:03
정부, 초등돌봄교실 2022년까지 단계별 확대
안철수 "한시가 급해… 4년 앞당겨 시행"
예산 15배 차이… 현실 반영 못한 비용
교육청과 비용 분배 문제 등도 협의 안돼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정부 목표시점 보다 4년이나 앞당겨 ‘초등학교 전일제(온종일 초등학교)’를 전면 시행하겠습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의 1호 공약은 교육 공약이다. 초등학교 자녀를 둔 맞벌이 가정이 퇴근할 때까지 마음놓고 아이들을 학교에 맡길 수 있는 초등돌봄교실(방과후 돌봄서비스) 제도를 대폭 확대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이미 정부가 ‘대기자 제로(0)’를 목표로 내세운 2022년 보다 4년이나 기간을 단축하고, 예산도 시교육청과 협의해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부가 추산한 금액과 간극이 너무 크고, 비용 분배 문제도 해결될 지 미지수라 실효성은 의문이다.
|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온종일 초등학교 제도’를 비롯한 교육공약을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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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 현재 서울지역 내 초등돌봄교실은 1429곳. 서울시교육청은 올 하반기 50실을 시작으로 △2019년 250실 △2020년 80실 △2021년 70실 △2022년 50실 등 5년간 총 500실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른 비용은 인건비(84억원), 운영비(12억 5000만원), 시설비(130억원) 등을 모두 합해 약 227억원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안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운 ‘온종일 초등학교’는 정부 정책과 다른 점이 상당하다. 시행 시점 뿐만 아니라 예산 역시 정부 수치와는 크게 어긋난다. 안 후보는 “(초등돌봄은)한시가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서울시가 먼저 방과 후 학교제도를 개편하겠다. 콘텐츠 역시 소프트웨어(코딩), 논술·토론, 외국어 교육 등으로 질 높은 내용으로 채우겠다”며 “예산은 3600억원 가량이 드는데 서울시교육청과 논의해 비용을 5대 5 매칭 펀드로 진행하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수치상으로는 정부 예산과 안철수측 캠프서 예측한 사업 금액은 무려 15배 가량이나 차이가 난다. 이처럼 금액의 간극이 큰 이유는 계산 방식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안 후보 캠프에서는 지난해 기준 초등학생 인원 42만 8333명, 교원 수 2만 9191명을 감안해 예산을 책정했다. 산술식상으로는 [초등교사 교사 초봉(2500만원)×2만9191명/2]로 계산된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1시부터 7시까지 6시간을 담당할 반일제 교사로 채용한다고 가정한 것이다.
안철수 캠프 정책 담당자는 “초등돌봄을 이용하는 학생 수와 정부 예산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르지만, 해외 선진국과 같이 모든 초등학교에서 도입할 것을 감안해 최대한 높게 설정했다”며 “시행 초기에는 이용자가 많지 않지만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017년 4월 기준 △초등학교 1학년 2만600명 △2학년 1만5500명 △3학교 4900명 △4학년 1800명 △5학년 620명 △6학년 275명 등 4만3700여명이 초등돌봄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예산에는 현 기준으로 시간제 초등돌봄 교사 인건비만을 고려했는데 추가로 장기근속수당, 상여금, 임금 인상분 등은 반영하지 않아 더 늘어날 수는 있다”며 “(안철수 측의) 과대 계상된 예산은 어떤 식으로 산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전체적인 흐름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서울시교육청의 초등돌봄 예산은 510억원. 올해는 이 보다 5% 가량 늘어난 540억원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초등돌봄예산은 극히 미미한 지방재정교부금을 제외하면 순수하게 정부 예산, 즉 교육부로부터 받은 보통교부금 성격의 예산이 전부”라며 “아직까지 시청과 예산 분배 등을 협의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예산으로 하는 사업이 아니란 얘기다. 안 후보가 시장이 되더라도 시 차원에서 추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