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한의사가 바라보는 백수오 논란
by박형수 기자
2015.05.14 22:00:00
[최현명 경희영창한의원 원장] 사실 백수오 문제는 이미 예견된 문제였다. 백수오는 하수오(Polygonum multiflorum)로부터 출발한 약재다. 하수오는 먹으면 머리가 검어지는 약재다. 하수오는 붉은색이 나기 때문에 적하수오라고 불린다. 예전부터 중국에서 많은 량의 한약재를 들여와 약재로 사용했는데, 중국과 외교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수입이 안 되기도 했다. 세종대왕이 향약의 중요성을 설파해 향약집성방을 만들고, 구하기 어려운 약재는 토종 약재로 대체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수오를 대체해 사용한 것이 바로 백하수오(Cynanchum Wilfordi Hemsl)다.
원래 진품인 적하수오를 대신에 백하수오를 사용했던 것이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는 오히려 본말이 전도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시장에서 ‘하수오 주세요’라고 하면 적하수오 대신 백하수오를 주기 시작했다. 두 가지 식물은 학명에도 알 수 있듯이 전혀 다른 식물이다. 효능도 다르다. 시장이 혼란스러워 하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백하수오를 백수오로 이름을 바꾸고, 적하수오는 하수오로 유통하게 했다.
여기서 변수가 생겼다. 농민들이 백수오인 은조롱이(Cynanchum Wilfordi Hemsl)를 재배하기보다는 이엽우피소(Cynanchum auriculatum Royle ex Wight)를 재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학명에서 볼 수 있듯이 정품 백수오와 이엽우피소는 사촌 간의 식물이다. 이엽우피소는 정품 백수오인 은조롱이보다 재배기간이 짧고, 수확량이 월등히 많아 재배농이 늘었다. 유통되는 물량 가운데 90% 내외가 이엽우피소일 지경에 이르렀다. 건강기능식품 제품 사이에서 홍삼이 시들해지고, 홍삼시장을 대체하는 백수오 제품군을 잇달아 출시됐다.
백수오 제품에 이엽우피소가 혼입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시중에서는 정품 백수오보다 이엽우피소가 독성이 강하니 사용하면 안 된다는 인식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일선 한의사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백수오 논란에서는 이엽우피소가 독성이 있던지 없던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이엽우피소는 대한약전이나 식품공전에 실려 있지 않은 식물이다. 그래서 독성이 있기 때문에 사용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공정서에 실려 있지 않기 때문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 만약 독성 때문에 사용할 수 없는 논리라면 독성이 없는 식물은 마음대로 사용해도 된다는 뜻과 같다.
‘약방의 감초’라고 불릴 정도로 많이 사용되는 감초만 하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10여종이 넘는 감초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단지 3종의 감초만을 사용한다. 한약은 생약이기 때문에 변종이 많고 아종이 많은데, 이것을 모두 약재로 사용하면 많은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앞으로 있을지 모를 유전자 조작 약재도 논란이 될 수 있다.
공정서에 실려 있지 않은 것은 효능이 좋고, 수확량이 좋다 해도 사용하면 안 된다. 비단 백수오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건강기능식품 전반을 아우르는 문제다. 더욱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
사실 백수오 문제는 2010년 이전부터 한의사협회에서 식약처에 경고를 보냈던 문제이고, 식약처도 알았던 문제다. 식약처는 이엽우피소도 백수오로 인정해달라는 농민들의 이야기를 들을 것이 아니라, 지금보다 철저한 규제로 한약재 시장과 건강기능시장이 혼란되지 않도록 처벌 규정을 강화해 관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2, 제3의 백수오 사태가 발생하리라는 것은 명약관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