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보 노조, 지방 이전 저지 ‘총력전’…“수출금융 경쟁력 흔들려”

by정두리 기자
2026.09.29 13:32:00

“지방 이전하면 수출금융 경쟁력 훼손…대상서 제외해야”
2차 공공기관 이전 앞두고 금융 공공기관 노조 반발 확산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한국무역보험공사 노동조합이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추진에 반대하며 무보를 이전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촉구했다. 수출금융은 국내외 금융기관과의 긴밀한 협업이 필수적인 만큼 금융기관과 투자기관, 법률·회계사 등이 밀집한 서울을 떠날 경우 국가 수출금융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무역보험공사 노조가 2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분수대 앞에서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추진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정두리 기자)
무보 노조는 29일 서울 청와대 사랑채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무보는 직접 대출을 실행하는 기관이 아니라 무역보험과 보증 등을 통해 금융시장 자금을 수출기업과 해외 프로젝트에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대규모 해외 사업의 경우 프로젝트 발굴부터 사업성 분석, 심사, 금융구조 설계, 실제 자금 조달까지 국내외 시중은행과 투자기관, 외국계 금융사, 법률·회계 자문사 등 여러 금융 참여자와의 협업이 필요하다.

노조는 이 과정에서 서울의 금융 인프라와 물리적 거리를 두게 되면 대면 협의와 실시간 의사결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기관 간 협업이 지연되면 해외 프로젝트에 필요한 금융구조를 신속하게 마련하기 어려워지고, 결국 국내 기업의 해외 수주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논리다.



박홍철 무보 노조위원장은 “금융으로 균형발전을 지원하고 서울을 경제수도로 키우겠다면, 세계 수준에 이른 무보 수출금융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 아니라 더 강화해야 한다”며 “무보의 금융은 기능에 맞는 집적과 연계가 경쟁력 기반인 만큼, 잔류 최소화와 같은 일차원적 기준으로 강제 분산해 이전하겠다는 것은 균형발전과 국가 경쟁력에 손해”라고 밝혔다.

특히 최근에는 대미투자를 비롯해 글로벌 인프라·플랜트·원전 등 대형 해외 프로젝트가 확대되면서 수출금융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노조는 “대규모 외화자금이 투입되는 해외 프로젝트에 외화 차입없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외화가 제공되도록하는 무보의 역할은 국제금융 저변 확대를 통한 ‘경제수도 서울’이 지향할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을 마친 노조는 2차 공공기관 이전 대상에서 무보의 전면배제를 촉구하는 전 임직원 서명 탄원서를 청와대 국민경청비서관실에 공식 전달했다.

정부는 올해 4분기 중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아직 구체적인 이전 대상과 지역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무보를 비롯한 금융 공공기관들이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노동계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앞서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 국책은행 노조와 금융감독원·예금보험공사 노조 등도 지방 이전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 발표가 임박한 상황에서 무보를 비롯한 금융 공공기관 노조의 반발과 금융노조의 공동 대응이 맞물리면서 지방 이전을 둘러싼 노정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