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처럼 늦게 온 정상들도 조문…"하.." 탄식 부른 해명

by장영락 기자
2022.09.20 20:49:56

한덕수 총리·외교부 차관, 대정부질의서 윤 대통령 조문 관련 해명
"늦게 온 정상들 그렇게 안내 받아" EU 집행위원장 등 예시
민주 김의겸, 사진 들고와 "예시 든 정상들 실제로 모두 조문"
EU 집행위원장, 오스트리아 대통령 등 모두 조문 후 조문록 작성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영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조문 취소 문제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집중 질의를 받았다. 한 총리는 윤 대통령처럼 현지 도착이 늦어 조문록 작성을 안내받은 사례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예시로 든 정상들은 모두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관이 안치된 웨스트민스터궁을 조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왼쪽 사진 여성이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영국 왕실 유튜브 채널 캡처), 오른쪽 사진 상단 가운데가 판 데어 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사진=영국 의회 트위터). 두 사람 모두 19일(현지시간) 웨스트민스터궁에 안치된 고인을 찾아 조문했다.
한 총리는 20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관련 질의를 받았다. 조문 외교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영국을 찾은 윤 대통령은 정작 여왕 관이 안치된 웨스터민스터궁 조문은 생략하고 장례식에 참석한 뒤 조문록만 작성한 것이 확인돼 논란이 됐다.

한 총리는 “(런던에) 늦게 도착하는 분들에 대해서는 런던의 사정을 감안해 왕실에서 다음 날 참배를 하도록 한 것으로 안다. 정식 국장 행사는 아니고, 아마 방명록을 쓸 수 있도록 조정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나온 대통령실 해명과 동일한 내용이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뿐만 아니라 조금 늦게 런던에 도착한 EU(유럽연합) 집행위원장, 파키스탄 총리, 모나코 국왕, 그리스 대통령, 오스트리아 대통령, 이집트 총리 등도 다 같이 장례식 후에 조문록을 작성했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도저히 외교 참사라는 용어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질의에 참석한 조현동 외교부 차관도 “다 하는 것이 바람직했지만 처음부터 영국 왕실과 긴밀하게 협조를 했고 다 협의해서 이루어진 사항”이라며 “총리가 말씀하신 것처럼 그리스 대통령, 오스트리아 대통령, EU 집행위원장 등 많은 국가의 정상들이 우리와 마찬가지로 3시 이후에 도착을 해서 그다음 날 국장 이후에 조문록에 서명하는 절차를 따랐다”고 밝혔다.
사진=AFP
그러나 이같은 해명은 현장에서 바로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비슷한 절차를 따른 예시로 소개된 우르술라 폰 데어 라리엔 EU 집행위원장, 판 데어 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 등은 모두 웨스트민스터궁을 조문한 사실을 김의겸 더불어민주당이 지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폰 데어 라리엔 위원장은 웨스트민스터궁 조문을 마치고 웨스트민스터사원에서 진행된 장례식을 마친 뒤 옆 건물 성공회본관(Church House)에서 조문록도 작성했다.

또 장례식 이후 진행된 조문록 작성의 경우 조문과 무관하게 대부분 정상들이 참여해 따로 안내받았다는 외교부 설명도 앞뒤가 맞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처럼 장례식 하루 전 외무부 관리 건물인 랭카스터 하우스에서 조문록을 작성한 정상도 있었지만 나루히토 일왕처럼 조문을 하고 장례식까지 참석한 뒤 윤 대통령과 같은 자리에서 조문록을 작성한 정상들도 다수였다.
조문을 했지만 장례식 후 웨스터민스터사원 옆 성공회 본관(church house)에서 조문록을 쓰는 EU 집행위원장과 일왕 나루히토. 사진=로이터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총리 주장을 다시 정리한 뒤 “근데 어쩌죠, 구글 검색을 해봤다. 참배객을 보니 총리님과 차관님이 예를 들었던 EU 집행위원장이 참배를 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당시 조문 사진을 출력해와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김 의원은 “(총리가) 일부러 사실을 호도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명백히 사실과 다른 얘기 하고 있다”며 “다 오후 3시에 도착해서 안내를 받았다는데 다른 정상들은 다 참배를 했다. 참배를 안한 유일한 정상은 윤 대통령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장례가 더 중요하다는 한 총리 견해를 반박하면서 “축구스타 베컴이 조문을 하려고 13시간을 기다렸다. 그 핵심을 윤석열 대통령께서는 건너뛴 것”이라며 대통령실이 외교상 중요한 실수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질의 과정에서 “하...”라며 짧은 탄식을 내뱉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