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맥'만으로는 어렵다…하이트진로, 와인·수제맥주 영토 확장

by김범준 기자
2022.03.15 17:12:42

코로나 장기화에 식당·주점 '소맥' 소비 줄자
하이트진로, 소주·맥주 비중 쏠림세에 타격
와인·수입주류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 박차
협업 늘리며 수제맥주 업체 지분투자 검토도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국내 최대 주류기업 하이트진로(000080)가 와인과 수제맥주(크래프트) 등 사업 다각화에 드라이브를 건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기존 소주와 맥주 중심의 사업구조가 타격을 입으면서다.

▲서울 시내 한 식당 테이블에 다 마신 소주병이 놓여져 있다.(사진=뉴시스)
15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올해 수제맥주 시장 진출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자체 브랜드 출시부터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기존 수제맥주 업체들과 협업한 지분 투자 혹은 전략적 협업까지 다양한 방안을 폭넓게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국내외 수군데 업체들이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앞서 지난 2019년 해외 수제맥주 제조사 ‘브루독’과 유통·판매 계약을 맺고 ‘펑크IPA’ 제품을 전용 펍과 편의점 등에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구스아일랜드’, ‘핸드앤몰트’, ‘파타고니아’ 등 이미 다양한 수제맥주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는 AB인베브 코리아(오비맥주)에 비해 사업력이 부족했다.

하이트진로는 그동안 ‘소맥(소주+맥주)’으로 대표되는 일반음식점과 주점 등 업소용(유흥용) 주류시장에 집중해왔기 때문이다. 사업 구조 역시 지난해 매출액 비중 기준 ‘참이슬·진로’ 등 소주(약 58%)와 ‘테라·한맥’ 등 맥주(약 34%) 중심으로 쏠려 있다.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2조2029억원 중 약 92%가 일반 소주와 맥주에서 나온 것이다. 와인 등 수입·기타주류는 약 3%(630억원)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3년째 이어지는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유흥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하이트진로의 타격도 컸다.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은 연간 약 12.3% 감소한 1741억원, 당기순이익은 17.2% 줄어든 71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역시 같은 기간 2.4% 쪼그라들었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하이트진로가 기존 소주·맥주 중심 사업 의존도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최근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기준이 차츰 완화돼도 장기 침체에 빠진 유흥시장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까지는 더딜 것이라는 전망도 따르면서다.

가정에서 ‘홈술(집에서 술마시기)’과 ‘혼술(혼자 술마시기)’ 트렌드가 확산하며 와인과 수제맥주, 위스키 등 다양한 취향의 주종 수요가 늘고 있는 변화된 시장 환경 요인도 있다.

실제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실적 부진 속에서도 ‘와인 수입판매’ 매출액은 전년 대비 약 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만 120여종 와인을 대거 출시하면서 현재 11개 국가에서 600여개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 수입맥주 중에서는 ‘기린이치방’이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쪼그라든 대신 ‘크로넨버그1664블랑’, ‘파울라너’, 애플사이더 ‘써머스비’ 등 취급 브랜드 확장을 통해 판매량을 회복했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와인과 위스키, 수입·수제맥주 등 다양한 영역에서 투자와 협업을 늘려 제품을 발굴하고 시장 판로를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와 사적 모임·영업 제한으로 주력 제품인 소주와 맥주의 유흥시장 소비 침체 여파가 이어지면서 회사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