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의 ‘너무 작은 마스크’처럼…지지율도 쪼그라들었다

by정다슬 기자
2020.04.16 17:24:51

배포 천마스크…아베 총리외에는 아무도 안 써
측근조차 "가망없다" 등돌려…6월 사임설 '솔솔'
2개월 동안 뭐했나…젊은층도 민심 이반 조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7일 도쿄 총리집무실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쓰고 있는 마스크,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지난 7일 일본 야후에 올라온 한 네티즌의 질문이다. 도시봉쇄(락 다운) 가능성 등 일본의 코로나19 사태가 심상치 않을 것이라는 경고음이 나오면서 아베 총리 역시 마스크를 쓰고 정무에 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베 총리를 보는 사람마다 고개를 갸웃했다. 그가 쓴 마스크가 너무 작아 턱이 비쭉 튀어나와 있었던 탓이다.

그가 쓰고 있는 마스크는 바로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책으로 가구당 2장씩 배급한 천 마스크이다.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일본 각 가정에 배포되기 시작했지만, 아베 총리는 이보다 앞서 착용, 홍보대사를 자처한 것이다.

이 천 마스크의 주문과 배급에 들어간 예산이 466억엔(5210억원)에 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배포 이전부터 일본 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실제 마스크를 받아든 사람들의 반응은 더 차갑다. “너무 작아서 말하면 비뚤어진다”, “귀가 쓸려서 아프다”, “빨아서 쓸 수 있는 게 장점이라더니 빨았더니 올이 풀린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그나마 긍정적인 평가가 “없는 것보단 낫다” 정도다.

일본 경제산업성 출신 키시 히로유키 교수는 TBS 방송에 나와서 “아베 총리 이외 각료들은 천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배포한 이상 사용하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롱거리가 된 ‘아베노마스크’(アベノマスク·아베의 마스크라는 신조어)처럼 최근 아베 총리에 대한 민심은 심상치 않다.

코로나19 대응을 놓고 늦장·무능·무책임이라는 3박자가 모두 맞아떨어지면서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에서조차 “아베 총리는 노(no)”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16일 전했다. 6월 사임설까지 떠돈다.

실제 최근 발표되는 여론조사에서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급락하고 있다.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서 컨트롤타워인 지도자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경향이 커지며 다른 나라 지도자들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것과는 반대되는 흐름이다. 실제 지난 3월 중하순까지만 하더라도 벚꽃 스캔들 등으로 36.2%까지 추락했던 지지율이 다시 40%대를 회복하는 등 아베 총리도 힘을 받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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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코로나19로 일본 주요 도시가 ‘셧다운’되고 이대로 가다가는 코로나19로 일본내 사망자가 42만명(일본 후생노동성 전문가팀 ‘클러스트 대책반’ 추산 결과)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이같은 추세는 순식간에 다시 역전됐다.

마이니치 신문은 이날 최근 연령층에 관계없이 아베 내각의 지지율이 빠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아베 내각은 50대 이하 젊은 층에게 더 지지율이 높았다. 이 때문에 젊은 층의 응답비율이 높은 휴대폰을 이용한 조사에서의 지지율이 고령층의 응답비율이 높은 전화 여론조사보다 더 높은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최근 ‘사회조사연구센터’가 긴급사태선언 다음날인 8일 실시한 여론 조사를 분석한 결과, 이 둘 사이에서는 차이를 확인할 수 없었다.

긴급사태 선언에 대해 “평가한다”는 응답률이 72%에 달하면서도 “그 시점이 너무 늦었다”는 응답률 역시 70%에 달해 코로나19 대응에 적극적이지 않은 아베 내각에 대한 불안감과 불신이 엿보인다. “비상사태 선언의 대상 지역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률 역시 연령층이 낮아질수록 오히려 더 높았다. 코로나19로 소득이 줄어든 가구에 지급하는 30만엔에 대해서도 생산활동이 가장 활발한 30대, 40대에서 가장 불만이 많았다.



일본 내에서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1월30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 후 지난 4월 7일 긴급사태 선언까지 2개월간 일본 정부는 과연 무엇을 했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도쿄·오사카 등 7개 지자체에 긴급사태선언이 발령된 이후에도 어디에 휴업요청을 할 것인지조차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조율이 이뤄지지 않아 난맥상을 보였다. 여기에 무증상자·경증환자를 위한 격리장소, 의료진들을 위한 마스크, 중증환자를 위한 ICU 병상 등은 턱없이 부족해 ‘의료붕괴’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역대급 규모라는 108조엔 규모의 경제대책도 내용을 뜯어보면 숫자만 화려하다는 평이 나온다. 외출 자제와 휴업 요청으로 자영업자 등의 엄청난 경제난이 예상되지만, 이들을 위한 보상은 없다. 도쿄도 등 일부 재정이 넉넉한 지자체들은 자체 편성을 통해 휴업 요청에 동참한 업체를 위한 보상을 해주지만 그렇지 못한 지자체는 그림의 떡이다. 여기에 소득이 절반 이상 격감한 사업체나 개인에게 가구당 30만엔씩 지급하기로 한 것도 수혜자는 극히 소수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 내 외 압박이 커지자 아베 총리는 입장을 바꿔 전국민에게 1인당 10만엔(113만원)씩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추경안을 다시 짜기로 했다. 긴급사태 선언 대상도 당초 7개 지자체에서 전국으로 확대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당장 타격을 받고 있는 국민과 기업에게 제때 돈을 지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이같은 행보는 또 한번 아베 내각의 무능함을 입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09년 일본정부가 소비 진작을 위해 전 국민에게 1인당 1만 8000엔을 지급했던 경험을 들어 실제 돈을 수령하는 시점은 8월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긴급사태 선언 대상 확대도 이미 아이치현 등 일부 지자체가 자제적으로 긴급사태 선언을 한 상황에서 뒷북 대응이라는 평이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 와중에 아베 부부의 일탈행보는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느냐는 비난도 받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2일에는 일본 인기가수 호시노 겐의 외출자제 독려 노래에 맞춰 자택에서 차를 마시고, 독서를 하는 영상을 올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부인 아키에 여사는 외출 자제령이 나오는 가운데서도 벚꽃놀이를 하고, 급기야는 단체 여행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뉴스포스트세븐이 보도한 아키에 여사가 연예인들과 벚꽃 놀이를 하고 있는 사진[사진=뉴스포스트세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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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내에서는 정신을 못 차리는 아베 총리의 행보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급기야는 아베 총리가 내려와야 자민당이 산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자민당 내부에 떠도는 아베 총리 6월 사퇴설의 발원지로 자민당 당직자는 선거 전략을 총괄하는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이 꼽는다.

일본은 내년 10월 21일 중의원(미국의 하원에 해당) 선거가 있다. 당초에는 내년 9월 임기가 끝나는 아베 내각의 지지를 발판 삼아 중의원 선거를 치르려고 했지만, 아베 총리를 간판으로 내세워서는 이길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민당 한 중진의원은 마이니치에 “코로나 국면에서는 국회를 조기 해산할 수는 없다”면서 “내년 총선거 전에 가능한 빨리 총리를 바꿔 민심을 되돌릴만한 경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니카이 간사장은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