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삼성바이오, 감리위 등판..승부수 누가 쥐나(종합)

by최정희 기자
2018.05.17 17:53:02

삼바, `에피스` 지배력 잃었나, 아니냐가 관건
바이오젠 콜옵션 가치 높아져 vs 삼바의 에피스 지분율은 계속 증가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이하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 위반 여부를 가리기 위한 첫 감리위원회가 17일 열렸다. 이날은 삼성바이오와 금융감독원간 대질심문이 미뤄지면서 맛보기에 불과했지만 긴장감은 팽팽했다. 금융감독원측에선 10여명이 배석했고 삼성바이오는 감리위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법률대리인인 김앤장 변호사 5명을 대동, 총 14명이 자리를 메운 채 파워포인트까지 띄웠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열린 감리위 회의는 장장 9시간에 걸쳐 진행 예정이다. 향후 회의 진행 방식을 논의하는 데에만 한 시간여가 걸렸다. 일부 위원은 논의가 길어질수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속도를 내자고 했고, 일부는 그래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학수 감리위원장은 형사처벌을 거론하며 감리위원 입단속에 들어갔다. 국내 최대 기업 삼성그룹의 미래먹거리를 담당할 삼성바이오에 운명의 주사위가 던져졌다.

핵심 쟁점은 삼성바이오가 2012년 4월 미국 바이오젠과 설립한 합작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2015년 말 잃었다고 판단한 것이 정당한지 여부다. 바이오젠은 에피스 설립 때부터 지분 49.9%를 취득할 콜옵션(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을 갖고 있었는데 회사가치가 높아지면서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해도 삼성바이오는 50.1%까지 지분율을 유지할 수 있지만 이사회가 바이오젠, 삼성바이오 동수로 구성돼 단독으로 에피스를 좌지우지 할 수없게 되기 때문. 특히 이런 결정은 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의 제안으로 이뤄진 것인 데다 코스피 상장때까지 감사 과정에서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난 부분이란 게 삼성바이오측 설명이다.

그러나 금감원은 삼성바이오가 계속해서 에피스를 지배한다고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는 2012년 에피스를 85% 보유하고 있었으나 2015년말엔 91.2%로 높아졌다. 지배력을 잃었다고 했으나 작년말 현재 94.6%를 보유하고 있다. 신약 개발비도 삼성바이오측에서 책임을 진다. 콜옵션 가격 상승 외에 여러가지 정황상 에피스는 삼성바이오가 지배한다는 게 금감원 주장이다.

삼성바이오가 에피스 지배력 상실의 근거로 제시한 ‘바이오젠의 콜옵션 가치’는 신뢰할 만한가. 콜옵션 행사 비용보다 얻게 되는 기업 가치가 높아야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는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잃게 된다. 삼성바이오가 에피스 가치가 높아졌다며 제시한 것이 `2015년 8월말 안진회계법인의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합병 삼성물산이 재무제표를 작성하면서 옛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작성한 보고서다. 삼성바이오는 2015년말 당시엔 에피스의 가치를 평가해줄 만한 회계법인이 마땅치 않아 이 보고서를 썼다고 밝혔다. 시점이 넉 달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다 엔브렐 시밀러 등이 우리나라에서 판매 승인을 받았고 유럽 승인도 앞두고 있어 기업가치가 당연히 올라갔을 것이라고 추정했기 때문이다.

반면 금감원은 에피스의 가치는 전혀 달라진 게 없다고 주장한다. 바이오 시밀러가 판매 승인을 받는다고 바로 잘 팔리는 것도 아닌데다 2015년에 있었던 일이라곤 합병 삼성물산이 회계법인 등으로부터 삼성바이오, 에피스 등의 가치를 평가받은 것 뿐이란 지적이다. 삼성 입맛대로 평가된 회계법인의 보고서가 마치 지배력을 변동시킬 굉장한 사건처럼 포장돼 ‘지배력 상실’이란 회계처리가 이뤄졌단 얘기다. 안진 역시 이 보고서에서 “에피스의 경우 자료 입수 제약 등으로 회사가 제시한 사업계획에 대한 별도 검토나 세부적인 분석을 수행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삼성바이오는 회계처리 변경을 통해 뭘 얻었을까. 삼성바이오는 2015년 에피스를 연결 종속사에서 관계사로 변경, 에피스 지분율을 장부가액에서 시장가액(5조2000억원)으로 평가해 종속기업투자이익으로 4조5000억원을 얻게 된다. 일회성 순이익 1조9000억원을 냈고 자본도 6300억원에서 2조7000억원대로 늘어났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는 “회계처리 변경으로 얻은 실익이 없다”며 “코스피 상장 규정 개정(시가총액 6000억원, 자본총액 2000억원 이상)으로 순이익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바이오가 매년 2000억원 적자를 보고 있었기 때문에 6000억원 수준의 자본으론 3년 이상을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더 중요한 부분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알려진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의 연관성이다. 삼성측은 이 부회장의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 비율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선 제일모직이 46% 이상 지분을 보유한 삼성바이오의 고(高)평가가 필요했단 지적이다. 이를 위해 삼성바이오가 보유한 에피스에도 높은 가치가 매겨졌어야 한단 설명이다. 즉 이를 통해 경영권 승계, 합병, 상장을 모두 다 이뤘단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는 삼성물산 합병은 2015년 9월 완료됐고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 변경은 2015년말, 상장은 2016년 11월이라 시점상 맞지 않는 얘기라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