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석유화학, 유가상승보다 中·美 증설 ‘부담’

by김무연 기자
2018.03.27 18:20:46

한기평 “CTO 신·증설 여력 낮아…실적 방어”
미국 ECC·중국 PX 증설 시 수급 악화 우려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향후 유가 상승이 예상되지만 납사분해업체(NCC)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NCC를 대체할 석탄분해업체(CTO)가 생산을 크게 늘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시설 증설과 국내 정유사의 석유화학 산업 진출은 잠재 위험요인으로 지적됐다.

유준위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27일 “유가 상승에 따라 CTO가 올레핀 생산을 늘리면 NCC들의 스프레드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CTO들의 움직임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CTO는 현재 유가 수준에서 마진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NCC의 올레핀 마진은 80달러 수준이지만 CTO의 경우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CTO의 주요 원료인 석탄 가격이 t당 100달러 가까이 치솟으면서 원가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CTO들의 신·증설 계획도 연기되면서 CTO가 NCC를 위협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단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갈 경우 CTO들이 공격적으로 증설할 것으로 봤다.



중장기로는 국내 정유사들의 석유화학산업 진출이 NCC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의견이다. 현재 S-OIL(010950), GS칼텍스는 석유화학산업 진출을 공식화했고 현대오일뱅크도 해당 사업 진출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진다. S-OIL은 폴리프로필렌(PE) 기준으로 40만t, GS칼텍스는 상업가동을 본격화하는 2022년 폴린에틸렌 50만t 가량을 생산할 것으로 예측된다. 유 연구원은 “당장 NCC들을 위협하진 않겠지만 정유사들이 석유화학분야 진출이 지속될 경우 NCC는 원자재 수급과 제품 경쟁이라는 이중고를 떠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파라자일렌(PX) 시설 신·증설에 따른 수급 악화 우려도 존재한다. 중국의 2016년 PX 생산량은 930만t이었는데 오는 2025년까지 약 4000만t을 생산할 계획이다. 국내 중간원료의 중국 수출의존도가 약 90%에 달해 중국의 PX 신증설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북미 ECC 증설에 따른 에틸렌 계열 제품의 공급과잉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업황 하락 조정기에도 실적은 방어가 가능할 전망이다.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던 업황 호조로 대부분 업체들이 재무구조가 개선됐기 때문이다. 그는 “CTO 진입에 따른 수급 영향이 제한적이고 개선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실적을 방어할 수 있기 때문에 신용등급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라며 “에틸렌 유도품 등 주요제품의 수급 추이나 업체들의 투자 계획 등은 지속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