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에 꽃힌 中, 美테슬라에 지분 100% 이례적 ‘특혜’(종합)
by방성훈 기자
2017.10.23 18:31:13
中상해에 신규 공장 설립…‘모델3’ 생산기지 확보 일환
25% 高관세 불구 기술 유출 우려에 독자 투자 결정
전기車 부흥 노리는 中 자동차굴기도 영향도 있는 듯
트럼프 대통령 중국 방문 맞춰 세부사항 공식 발표
|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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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가 중국 상하이에 공장을 짓기로 했다. 중국 기업과의 합작 투자가 아닌 단독 투자다. 다른 나라 자동차 기업이 중국에서 100% 지분을 보유하게 되는 건 테슬라가 처음이다. 중국의 자동차굴기가 전기자동차에 중점을 두고 추진되고 있는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문을 앞둔 만큼, 이례적으로 특례를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테슬라 입장에서도 기술 유출 등을 우려해 높은 관세 부담에도 단독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테슬라가 중국 상하이 경제특구에 공장을 설립키로 합의하고 발표 일정 등 세부 사항을 상하이 당국과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테슬라는 지난 6월 “올해 안에 중국 내 생산 계획을 확정지을 예정”이라고 밝힌바 있다. 공식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는 내달 초에 맞춰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테슬라는 중국에 진출한 해외 자동차 기업들 중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100%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완전한 소유권을 갖게 된다는 의미다. 해외 기업, 특히 미국 기업에게는 이례적인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에 대한 일종의 환영 인사 성격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전기자동차 산업 부흥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중국 정부와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는 점도 특례 적용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은 온실가스 감축 등을 위해 2030년까지 비(非)화석연료 자동차 비중을 20%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 일환으로 중국 정부는 자국 자동차 기업들에게 전기자동차 개발을 위한 수십억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배출권 거래에서도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또 지난 해 연간 35만대 수준이었던 전기자동차 생산 규모를 오는 2025년까지 700만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중국 정부는 지난 달 자국 자동차 업체들은 물론 중국에 진출한 해외 자동차 기업들도 2019년까지 전기자동차 생산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동시에 화석연료 차량을 생산하기 위한 신규투자를 제한하고 판매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중국 공업정보화부 신궈빈 부부장(차관)은 지난 달 10일 중국 톈진시에서 열린 ‘2017 중국 자동차산업 발전 국제포럼’에서 “정부는 함께 화석연료 자동차 생산 및 판매 종료 일정을 잡기 위해 규제 기관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테슬라가 중국 시장에 직접 발을 담그게 되면 전기자동차 개발·생산을 추진 중인 중국 내 자동차 기업들에게도 큰 자극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볼보를 삼킨 중국 지리자동차는 지난 17일 테슬라의 ‘모델3’를 겨냥해 전기자동차 개발·생산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볼보는 완전한 전기자동차는 아니지만 하이브리드 쿠페인 ‘폴스타1’을 공개하고, 다음 시리즈인 ‘폴스타2’가 모델3의 대항마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공개적으로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WSJ은 볼보의 발표 이후 “중국 주도로 세계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외에도 중국 최대 인터넷기업 텐센트가 올해 3월 테슬라 지분 5%를 사들인 것이 양측 간 강력한 유대 관계를 맺게 된 계기가 됐다고 WJS은 진단했다.
중국 공장이 건설되고 나면 테슬라는 생산비용을 대폭 절감하고 중국 판매가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 판매가는 미국보다 50% 가량 비싸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중국으로의 운송 비용을 줄이고 25%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면 중국 내 판매 가격을 3분의 1 가량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다만 25%의 수입 관세는 규정대로 부과될 전망이다. 중국 기업과 합작 투자한 경우에만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는데, 이 경우 중국 기업과 판매 수익을 나누거나 기술을 공유해야 한다. 기술 유출이 부담스러운 테슬라는 관세 부담을 지더라도 단독 투자 방향으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 소재 컨설팅업체 오토모빌리티의 빌 루소 CEO는 “중국의 공급망에 대한 접근성이 대폭 개선돼 생산비용을 크게 줄이고 판매가도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중국 정부는 테슬라가 전례로 남지 않도록 (다른) 특별 혜택은 거의 주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테슬라의 중국 진출은 그동안 모델3 생산기지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수차례 밝혀 온 것과 궤를 같이 한다. 머스크 CEO는 내년 말까지 모델3를 일주일에 1만대 생산하는 체제를 갖추겠다고 약속했지만, 올해 3분기 모델3 생산량은 목표치인 1500대에 크게 못 미치는 260대에 그쳤다. 미 캘리포니아주 프레몬트 공장에서만 차량을 생산하고 있어서다. 머스크 CEO는 ‘지옥과 같은 제조과정(Manufacturing Hell)’을 겪고 있다고 묘사하기도 했다.
테슬라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것도 중국 진출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된다. 테슬라는 지난 해 중국에 약 1만1000대를 수출해 10억달러(약 1조1325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2015년 3억1900만달러와 비교하면 세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현재 테슬라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