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전기차 급증, 국내 생산기반 ‘흔들’… “생산촉진세제 도입 시급”

by이윤화 기자
2026.04.22 12:01:25

中 전기차 공세에 국내 점유율 급락…“가격·품질 격차 빠르게 축소”
美·EU·日, 자국 생산 유도 세제·보조금 총동원… 보호·육성 병행
"보급 중심 정책 한계…생산비용 낮추는 구조적 지원 전환해야"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산 비중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완성차 생산기반과 부품 생태계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가 산업계에서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보급 확대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국내 생산 유지’를 핵심으로 한 세제·산업정책 전환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중국 자동차산업의 구조와 시사점' 주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KAMA)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KAIA)는 22일 서울 자동차회관에서 ‘미래차 경쟁시대, 한국 자동차산업의 생존 전략’을 주제로 제46회 자동차모빌리티산업발전포럼을 개최하고 이 같은 위기 인식을 공유했다.

정대진 KAIA 회장은 인사말에서 “최근 전기차 수요 확대에도 불구하고 국내시장에서 중국산 저가 전기차와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이 2022년 4.7%에서 지난해 33.9%까지 증가한 반면, 국산 전기차는 75%에서 57.2%로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완성차 생산기반 약화는 산업 생태계 전반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는 제조업 공동화로 연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발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세계 자동차 생산·판매의 약 37%를 차지하는 절대 강자로 부상했으며, 신에너지차(전기차 등) 판매도 전 세계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특히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는 “주요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 전기차 평균 가격이 타 브랜드의 절반 수준”이라는 분석이 제시됐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후발국 전기차 시장은 이미 중국 브랜드가 석권하고 있고, 유럽에서도 점유율이 확대되고 있다”며 “중국 전기차는 가격 경쟁력이 높고 품질 격차도 빠르게 좁혀지면서 우리 업계의 경쟁 여건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국내 시장에서도 수입 전기차 비중이 매우 높은데, 향후 중국산 점유율이 더 커질 위험이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중국 전기차의 공세는 가격뿐 아니라 산업 구조 전반에서 비롯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주도의 대규모 지원, 배터리 등 핵심 공급망 내재화, 수십 개 업체 간 치열한 경쟁을 통한 기술·가격 혁신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요국들은 이미 자국 산업 보호와 생산기반 유지를 위한 정책 대응에 나섰다. 송동진 법무법인 더위즈 대표변호사는 “미국은 IRA를 통해 생산세액공제와 보조금을 동시에 운영하고, 일본 역시 전략분야 국내생산촉진세제를 도입해 전기차를 포함했다”며 “주요국들은 공통적으로 ‘자국 내 생산’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만 관련 제도를 도입하지 않을 경우 국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며 “기업들의 국내 생산을 유도할 수 있는 세액공제 등 정책 지원이 절박하다”고 강조했다.

송동진 법무법인 더위즈 대표변호사가 자동차산업 국내 생태계 강화를 위한 해외사례분석 주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KAMA)
현장에서는 생산 기반 약화가 부품 산업과 고용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도 컸다. 이택성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전기차 경쟁 심화와 수입차 비중 확대가 지속될 경우 국내 생산 여건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며 “완성차와 부품업체가 긴밀히 연결된 구조를 고려할 때 생산기반 약화는 산업 생태계 전반의 위축과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지정토론에서도 정책 대응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중국 전기차 공세는 단기적으로 소비자 선택지를 넓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제조기반 공동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국내생산촉진세제는 기업 지원이 아니라 소비자 후생을 높이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원재 전국금속노동조합 정책국장은 “정부는 단순 지원을 넘어 국내 생산 유지와 고용 보장을 전제로 한 산업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허세진 한국생산성본부 선임컨설턴트는 “기존 투자세액공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비관세 장벽 등 시장 방어 전략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해법은 ‘가격 경쟁력 확보’에 있다고 보고 있다. 조 연구원은 “정부 정책은 전기차 보급 확대보다 ‘값싸고 질 좋은 전기차 생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세제, 인프라, 산업 생태계 조성을 통해 국내 생산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이 가격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생산기반을 지키지 못하면 기술 경쟁력도 유지하기 어렵다”며 “국내 생산을 유도하는 정책 도입 여부가 향후 한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