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기습주총 노리는 MBK·영풍…고려아연 새 이사진 후보는
by허지은 기자
2024.10.22 18:50:46
공개매수 종료 후 임시주총 소집 예정
불응 시 법원 허가 必…내년초 개최 전망
MBK 김광일·윤종하·김정환 등 후보 거론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고려아연(010130)의 자사주 공개매수 종료를 하루 앞두고 임시 주주총회를 대비한 물밑 싸움이 벌써부터 치열하다. 공개매수 종료 후 MBK·영풍 측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지분율 차이가 한자릿수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향후 주총에서 우호 지분 확보와 의결권 위임 경쟁도 뜨거울 전망이다.
현재 13명으로 구성된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MBK·영풍 측이 제시할 신규 이사진의 면면에도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형진 영풍 고문과 함께 이사회 장악을 노리는 MBK파트너스에선 김광일 부회장, 윤종하 부회장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최윤범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인 2026년 3월까지 ‘불편한 동행’을 해야 하는 만큼 고려아연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이들로 구성될 전망이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오는 23일까지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 36.39%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 일가 및 우호 세력 지분(33.89%)에 우군 베인캐피탈의 목표 지분 최대치(2.5%)를 더한 규모다. 앞서 MBK·영풍은 공개매수로 고려아연 지분 5.34%를 얻어 38.47%를 얻었다.
고려아연이 올해 5월부터 자사주 신탁계약을 통해 사들인 자사주 2.4%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지만 여의치 않다. 신탁계약 자사주 매입의 경우 계약일 기준 6개월이 지나면 처분이 가능해진다. 이에 고려아연은 이 자사주를 처분해 우호 세력에 넘기는 방식으로 의결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마지막 자사주 신탁계약을 기준으로 6개월 후인 내년 2월에나 매도가 가능하기 때문에 임시 주총이나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도 의결권을 활용할 수 없다. 그 전에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임직원 대상 성과보상으로 배부하거나 우리사주조합에 매도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지만 매입자금을 지원할 경우 배임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지분에서 앞선 MBK·영풍 연합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끝난 뒤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법상 의결권 지분 3%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는 서면 제출을 통해 임시주총 소집을 청구할 수 있다. 고려아연 정관상 임시 주총은 2주 전에 공고해야 해야 하기에, 물리적으로 개최 가능한 가장 빠른 날짜는 11월 6일이다.
하지만 고려아연 이사회가 소집 절차를 거부할 경우 법원에 소집 허가를 받아야 해 실제 일정은 내년 초로 미뤄질 전망이다. 고려아연 입장에선 기보유 자사주의 처분 제한이 해제되는 시간과 현대차, LG화학 등 ‘집토끼’의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해 최대한 시간을 끌수록 유리하다. 임시 주총 개최가 무산되면 내년 3월에 열릴 정기 주총에서 진검승부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MBK·영풍 연합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신속하게 주총을 소집한 뒤 이사회를 장악하겠다는 목표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기타비상무이사인 장형진 영풍 고문을 포함해 13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MBK·영풍이 신규 이사 12명을 추가 선임하면 장 고문과 함께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게 된다.
MBK·영풍 연합은 각각이 추천한 인사로 이사진을 꾸릴 전망이다. MBK파트너스에서는 이번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주도한 김광일 부회장, 윤종하 부회장, 김정환 부사장, 천준호 전무 등 4인이 신규 이사 후보로 거론된다. 이들은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활용된 MBK 법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의 이사진으로도 등재돼 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 구성원 가운데 내년 3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도 변수다. 현재 박기덕·정태웅 사장과 최내현 켐코 회장, 김보영·권순범·서대원 이사 등 6명의 임기가 내년 3월로 종료된다. MBK·영풍 연합이 이들의 재선임 실패를 가정한다면, 신규 이사 후보 추천 내용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윤범 회장의 임기가 2026년 3월까지로, MBK·영풍 측 이사가 진입하더라도 1년 가까이 함께 해야 한다. 주총 표 대결 외에도 양측이 손해배상 청구, 업무상 배임, 시세조종 등의 혐의를 들어 법정 공방을 예고한 만큼 고려아연을 둘러싼 잡음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