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정당 딜레마에 빠진 녹색정의당…내부 갈등 격화
by김유성 기자
2024.02.14 17:37:24
녹색당 출신 등 일부 의원들 위성정당 합류 반대
배진교 의원 "논의 진행 불가능" 원내대표직 사퇴
"몇 석이라도 얻어야" 현실론 VS "독자노선 가야"
[이데일리 김유성 김혜선 이수빈 기자] 녹색정의당이 출범 보름만에 분열될 위기에 놓였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범진보 통합비례정당 합류를 놓고 내부 갈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 정책과 소수자 인권에서 진보 색채가 더 뚜렷한 녹색당 출신 지도부와 일부 의원들은 통합비례정당 합류를 반대하고 있다. 기존 정의당 지도부는 원내 한 석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서는 민주당과 연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 녹색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원내대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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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분열은 14일 배진교 녹색정의당 의원이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원내대표직을 사임하면서 드러났다. 그는 비례연합정당 참여와 관련해 “안타깝게도 녹색당 지도부와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책임있는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도 배 의원은 “더 이상 논의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고, 원내대표로서 공동대표단의 역할을 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배 의원은 기자회견 직전 회의에서 양경규 의원 등과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 의원은 현실론을 들어 비례연합정당 참여에 대한 당위성을 주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양 의원은 ‘독자노선을 가자’며 이를 반대한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 내 입장차가 극명하게 드러나면서 자칫 분열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일단 배 의원을 비롯해 심상정 의원 등은 통합비례정당 합류에 동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녹색정의당 내 유일한 지역구 의원인 심 의원 입장에서도 자신의 지역구인 고양갑에서 민주당의 협조를 받는다면 당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심 의원이 민주당과 협상한다는 ‘근거없는’ 소문마저 돌았다.
이 같은 찬성론은 녹색정의당이 처한 현실과 관련 있다.
지난 7~8일 리얼미터가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통계(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무선 97%, 유선 3% 응답률 3.6%.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녹색정의당의 전국 지지율은 2.2%다. 더불어민주당(41.8%)과 국민의힘(40.9%)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금과 같은 지지율이라면 현재 6석 유지도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나오고 있다.
반면 반대하는 측은 “양당 카르텔에 순응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개적으로 통합비례정당 합류 반대 의견을 피력한 양경규 의원은 앞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위성정당은 거대 양당이 소수정당을 자기 발아래 두고 거대한 양당 카르텔 안에 가두겠다는 발상”이라며 “녹색정의당은 거대 양당과 다른 진보정당의 길을 가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