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개보위…`디지털 뉴딜` 어깨 무거운 윤종인 위원장

by이후섭 기자
2020.08.06 17:29:33

범정부 개인정보보호 컨트롤타워…“최고 전문기관 위상 갖출 것”
`제한적 데이터 활용` 우려 여전…“기업간 데이터 격차만 커질 수도”
윤종인 “개인정보 `보호` 뒷면이 `활용`…상충되지 않아”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독립 감독기구로 출범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을 맡은 윤종인 위원장의 어깨가 무겁다. 코로나19로 인한 전례없는 경제 위기를 타개할 `한국판 뉴딜`의 성공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전방위적 활용이 필수 요건으로 꼽힌다. 다만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는 만큼 개보위가 가명처리와 데이터 결합 관련 구체적인 기준을 다시 정립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윤 위원장은 데이터 활용과 개인정보 보호는 상충되는 개념이 아니라며 안전한 데이터 활용 기반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위원회를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윤 위원장은 6일 취임 후 첫 간담회를 열고 “개인정보 보호가 전제되는 상황에서 개인정보를 가장 안전하게 활용하는 나라가 우리가 지향하는 바”라며 “3년의 임기 내에 개보위가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최고의 전문기관으로서의 위상을 갖추게 하고 싶은 것이 목표다. 개인정보 보호의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처럼 전문성을 갖춰 침해사고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위원회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5일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시행과 함께 출범한 개보위는 윤 위원장, 최영진 부위원장 등 상임위원 2명 외에 비상임위원 7명을 위촉해 총 9명의 합의기구로 운영된다. 비상임위원 7명 중 2명은 대통령이 위촉, 5명은 국회의 추천을 받았다. 독자적인 조직·인사·예산의 운영 권한을 갖는 국무총리 소속의 장관급 중앙행정기관으로 격상된 개보위는 범정부 개인정보보호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데이터 3법을 통해 가명정보 도입과 데이터 결합을 통한 데이터 활용의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됐으나,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정보주체의 동의없이 개인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기준이 너무 깐깐하게 적용돼 `무용론`이 제기됐었다. 4가지 이용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했고, 조건 중에 수집 목적과 `상당한 관련성` 등의 표현이 들어가 법적 분쟁이 발생할 여지가 높아 보였다.

다행히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말 개인정보 활용 요건을 기존보다 완화한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상당한`이라는 표현을 삭제했고, 모든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표현을 고려해야 한다는 표현으로 수위를 낮췄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업들은 여전히 복잡한 가명정보 결합 및 반출 절차 등으로 데이터 활용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의 `디지털 뉴딜` 정책에서도 대통령이 강조한게 데이터댐인데, 사실상 기업간에도 정보를 공유하는 기준이 없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공공데이터를 개방하고 데이터를 가명 처리해 갖다 쓰라고 하지만, 제대로 활용하기에는 문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데이터를 이미 많이 확보한 기업들과 아닌 기업들 간에 데이터 격차만 오히려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윤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민간기업 영역의 개인정보 보호에도 대응을 해 나갈 예정이며, 개인정보 보호 없이는 활용도 이뤄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개인정보를 제대로 보호하지 않는 기업들은 국민의 신뢰를 잃어 자연적으로 도태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이 서로 상충되는 개념으로 인식돼선 곤란하다고 생각한다”며 “개인정보를 어느 범위까지 보호해야 하는 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면, 그 이면이 바로 활용”이라고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구체적인 정책 목표는 상세하게 업무계획을 수립한 후에 나중에 다시 밝히겠다고 언급하면서도 유럽연합(EU) 개인정보보호법(GDPR) 적정성 결정 관련 주요 쟁점에 대한 협의가 마무리돼 개보위의 첫 성과로 이끌어 내겠다고 밝혔다.

한편 개보위의 독립성 논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정부 고위 관료 출신이 상임위원을 맡으면서 개보위가 정말 정부와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윤 위원장은 “일단 개보위는 독자적인 조직·인사·예산의 운영 권한을 갖춰 일단 기관으로서는 독립했다”며 “업무 관련해서도 개보위는 위원회 체제이기에 각 위원들의 독립적인 판단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