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희 “마포에 한국판 MIT 조성…혁신기업엔 최대 70억 지원"(종합)
by박종오 기자
2019.06.04 16:48:28
| 윤대희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 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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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금융공공기관인 신용보증기금(이하 신보)이 한국판 유니콘(기업 가치가 1조원을 넘는 창업 기업)을 키우겠다며 창업 기업의 도우미를 자처하고 나섰다. 지금까지는 중소기업이 은행 대출을 받을 때 지급 보증을 서는 것을 주 업무로 했지만 앞으로 창업 요람과 자금을 제공하며 혁신 성장을 측면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윤대희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4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신보를 혁신 생태계 조성 기관으로 바꿀 것”이라며 이 같은 구상을 밝혔다.
신보가 준비한 프로그램은 두 가지다. 먼저 장소다. 윤 이사장은 “옛 신보 사옥의 리모델링 공사가 시작돼 내년 5월 ‘MIT’가 완공된다”며 “MIT와 신촌 대학가, 여의도 금융가를 삼각형으로 엮는 창업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MIT는 신보가 조성 중인 마포 청년혁신타운(Mapo Innovation Town)의 약자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처럼 신생 벤처기업이 탄생하는 거점 역할을 하리라는 기대에서 이런 별칭을 붙인 것으로 풀이된다.
신보는 서울 지하철 5호선과 6호선, 공항철도, 경의중앙선을 환승할 수 있는 이른바 ‘쿼트러블 역세권’인 공덕역과 인접한 옛 신보 본사 사옥을 청년 창업 기업 지원 공간으로 리모델링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2014년 대구로 본사를 옮기며 남겨진 서울 본사 건물을 공공 목적으로 재활용하는 것이다. 최고 20층, 전체 바닥 면적 약 3만6000㎡(1만980평) 규모의 이 건물은 이달 중 첫 삽을 떠 내년 5월 신생 기업 300개가 입주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신보는 계룡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해 리모델링 공사비로만 600억원가량을 투입하기로 했다.
39세 이하 청년이 대표자인 창업 7년 이내 기업(예비 창업 기업 포함)이 입주 대상이다. 건물 11~19층을 사용하며 임대료를 전혀 내지 않고 수십만원 수준의 건물 관리비만 부담하면 되는 만큼 입주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신보 관계자는 “기업 설명회(IR)를 통해 입주 회사를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MIT 안에는 신보는 물론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등 정책 금융기관이 함께 입주해 기업의 투자, 대출, 보증 등 ‘원스톱’ 금융 지원을 할 예정이다.
윤 이사장은 “신보 이사장으로서 현장에 다니면서 가장 감동적인 것이 스타트업(신생 기업)을 하는 아이디어 넘치는 젊은 친구들을 만날 때”라며 “MIT가 이들의 열기를 제도권에서 흡수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보는 지하철 2·5호선 충정로역 인근에 들어서는 서울시의 역세권 청년 임대주택을 MIT와 연계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장거리 통근 없이 한 지역에서 먹고 자고 일하며 혁신 사업 모델을 개발하는 미국의 실리콘밸리 같은 창업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장소 제공뿐 아니라 돈도 푼다. 윤 이사장은 “올해 혁신 아이콘 지원 프로그램을 새로 도입해 기업당 최대 7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혁신 아이콘 기업은 창업한 지 2년 이상 10년 이내인 회사 중 혁신적인 사업 모델을 보유해 신보가 우수 중견 기업이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회사다. 이런 기업에 최장 8년간 신용 보증, 보증 연계 투자, 컨설팅, 판로 개척, 민간 투자 유치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해 현재 8개뿐인 한국의 유니콘 기업을 늘리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신보는 올해 혁신 아이콘 기업 10개가량을 선정해 자금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윤 이사장은 “신보가 신생 기업의 위험을 적극적으로 부담해 대규모 민간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보는 올해부터 오는 2023년까지 5년간 창업 우대 자금 90조원도 풀기로 했다. 창업 7년 이내인 기업이 창업 초기에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보증료율 등을 우대해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윤 이사장은 행정고시 출신의 경제 관료로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정책수석 비서관, 국무조정실장 등을 거친 ‘정책통’이다. 지난해 6월 신보 이사장으로 취임하며 취임식을 생략하고 곧장 영업점 현장으로 달려가는 형식을 깬 행보로 신보의 변화를 강조해 왔다. 이에 따라 신보는 올해 ‘기업의 도전과 성장에 힘이 되는 동반자’라는 목표를 새로 내걸고 혁신 성장 지원 등 미래 혁신 계획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