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설치 의무화' 빠진 아이돌보미 대책…"의무화 해야"vs"세금 낭비"
by최정훈 기자
2019.04.26 18:41:27
26일 아이돌보미 개선 대책에 CCTV설치 의무화 빠져
부모들 "학대 예방하기 위해서는 의무화 해야"
일각에선 "CCTV 설치 지원, 예산 대비 학대 예방 효과 미미"
| 김희경 여성가족부 차관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안전한 아이돌봄 서비스를 위한 개선 대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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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이른바 ‘금천구 아이돌보미 학대 사건’ 이후 한 달여 만에 정부가 아이돌보미 제도 개선 대책을 발표했지만, 부모들의 요청이 많았던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가 빠져 논란이 일고 있다. 부모들은 CCTV 설치 의무 및 지원이 없으면 학대 사건이 반복될 것이라며 불안해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정부 지원금으로 카메라까지 지원하는 건 세금낭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6일 여성가족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제5차 사회관계장관회의 이후 ‘안전한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위한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3월 정부지원사업으로 고용된 아이돌보미가 아동을 학대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한 달여 만에 나온 대책이다. 대책에는 △돌보미 채용 과정서 인·적성 검사 도입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아이돌보미 실시간 평가 및 공유 △학대 아이돌보미에 대한 자격정지 확대 등 처벌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 발표에 부모들의 요청이 빗발쳤던 CCTV 설치 의무화 대책은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채용 과정에서 카메라가 설치돼 있는 가정에서 일하는 것에 동의한 아이돌보미를 영아 대상 서비스에 우선 파견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김희경 여가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CCTV 설치 의무화 및 지원에 대해) 전문가와 이용자, 돌보미들의 현장 의견 수렴을 거치는 과정에서 우려가 많았다”고 전했다. 주된 우려로는 △보육시설과 달리 가정은 아이를 돌보는 장소와 탈의·휴식 등 장소가 분리돼있지 않아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는 점 △돌봄과 무관한 가정의 사생활 노출 가능성 △개별가정마다 주거환경이 달라 장소에 따라 카메라 대수 등 지원기준을 합리적으로 선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꼽았다. 김 차관은 이어 “향후 카메라 설치와 관련 다양한 부작용을 없애고 개선할 수 있는지 효과성을 살피면서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CCTV 설치 의무화는 지난 1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금천구 아이돌보미 학대 사건을 폭로한 청원자가 요청한 핵심 대책이기도 하다. 청원자는 “CCTV만이라도 (아이돌보미 서비스)신청기간 동안 정부에서 꼭 지원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부모들이 몰라서, 비싸서, 돌보미 선생님의 눈치가 보여서 CCTV를 설치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2살 아이를 기르는 최모(36·여)씨는 “CCTV 설치로 아이돌보미가 조금이라도 더 경각심을 가지고 일할 수도 있다”며 “아이가 학대를 당하고 있는데 돌보미 인권만 생각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11개월된 아이를 기르는 김모(33·여)씨도 “청원에 올라온 영상을 보니 끔찍하기도 했지만, 영상이 없었으면 영영 모를 수도 있다는 불안함이 더 컸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한 편에서는 CCTV 설치 의무화 및 지원이 필요 예산 대비 학대 예방에 실효성이 낮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하루에 2~3시간 이용하는 시간제 서비스인 아이돌보미를 위해 개별 가정에 카메라 설치 지원하는 건 필요한 예산 대비 학대를 예방하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보육시설에서도 CCTV가 없는 공간으로 피해 학대를 하는 사례도 있는 만큼 집 안 놀이공간에 CCTV를 설치한다고 해서 학대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이어 “영아 돌보미의 경우엔 화장실을 갈 때도 아이에게 눈을 떼지 않기 위해 화장실 문을 열어두고 사용하는데 CCTV가 이런 것도 촬영하는 건 분명히 인권침해”라고 덧붙였다. 여가부 관계자도 “인터넷을 활용하는 네트워크형 카메라의 경우 해킹 위험이 있어 사용이 불가능하다”며 “2~3시간동안 이용하기 위해 설치했다 제거했다는 반복하는 폐쇄 회로형 카메라의 경우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