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궐·조기대선 앞두고…개혁신당, 지도부 분열 조짐
by김응열 기자
2025.01.08 17:12:13
허은아 “지도부 재신임·총사퇴 없어…대표직 지킬 것”
조대원 최고위원 연판장 공개 후 지도부 갈등 번져
허은아·조대원 외 지도부, 최고위회의 보이콧 가능성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김철근 전 사무총장 경질에서 촉발된 개혁신당 내홍이 지도부 분열로 이어지고 있다. 김 전 사무총장 해임 정당성 논의와 당 혼란 수습 방안을 두고 오해가 쌓이며 지도부가 진실공방을 벌이는 중이다. 4·2 재보궐 및 조기 대선을 준비해야 하지만 선거 전략을 마련할 여유가 없는 모습이다. 당 안팎에선 지도부가 결단해 사태를 수습하고 선거 준비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는 8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직에서 사퇴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또 “지금의 상황은 전 사무총장이 당 대표 흔들기를 하는 것”이라며 “지도부 재신임도, 총사퇴 제안에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허 대표는 오는 9일 열릴 최고위회의를 공개회의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허 대표는 “일부 최고위원들의 건의로 최고위회의를 한동안 비공개 진행했으나 앞으로는 공개 회의로 열 것”이라고 했다.
허 대표가 이같이 발언한 배경에는 최근 다시 불거지는 개혁신당 내홍이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측근으로 꼽히는 김 전 사무총장이 허 대표와의 마찰로 개혁신당을 떠나며 사실상 경질이란 평이 나왔고, 당내에선 김 전 사무총장의 사임이 정당하느냐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내홍의 불은 지도부 분열로 옮겨붙는 모습이다. 당 지도부는 김 전 총장 사임 이후 지속적으로 비공개 최고위회의를 열며 당 내홍을 수습할 방안을 모색해왔다. 당초 지난 6일 당 지도부와 김 전 사무총장이 모여 ‘7자 회동’을 하며 김 전 사무총장 해임 전후 사실관계를 따지고 해임 정당성을 따지려 했다. 당 쇄신안에 관해서도 의견을 나눌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고위회의 이틀 전인 4일 조대원 개혁신당 최고위원이 당협위원장들의 서명을 받은 연판장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게 지도부 분열 심화의 발단이 됐다.
연판장은 이준석 의원과 허은아 대표 모두 개혁신당에 필요하며 지금은 화합할 때라는 게 주요 내용이다. 다만 조 최고위원이 연판장과 함께 ‘진정으로 대선 승리를 원한다면 이젠 최대주주인 이준석 의원이 결자해지해야’한다는 문구를 적었고 이는 마치 당협위원장들이 이 의원에게 책임을 물리는 모습으로 비쳐졌다.
이에 다른 최고위원들이 반발하며 최고위회의에 불참했고 7자 회동 자체가 무산됐다. 현 상태로는 9일 열리는 공개 최고위회의도 파행될 가능성이 크다. 허은아 대표와 조대원 최고위원 외에 다른 최고위원들은 비공개 회의를 요청해왔다. 전성균 최고위원은 이미 공개든 비공개든 최고위회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지도부에 입장을 전한 상황이다.
◇당 지도부는 SNS에서도 날을 세우고 있다. 이기인 최고위원은 자신의 SNS에서 “김철근 전 총장의 재임명을 요구했다. 갈등 이전의 상태로 체제를 원상복귀시키는 게 제안한 대안의 핵심이었다”며 “허은아 대표는 특임기구 발족, 조기 선대위, 지도부 당원 재신임 투표, 지도부 방향성 여론조사 등 최고위가 제시하는 어떤 안도 수용할 생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의원도 가세했다. 이 의원은 “최근 당이 황당한 상황에 이르러 해결 능력과 의지가 없는 인사들에 대해 당헌에 명시된 당원소환제를 시행하는 것이 옳다”고 SNS에서 주장했다. 당원소환제는 당원이 당직자의 파면을 요청할 수 있는 제도다. 당직자가 법이나 당헌, 당규 등을 위반해 당의 위신을 해치거나 존립에 악영향을 미치게 할 경우 당원들이 소환할 수 있다.
전 최고위원은 SNS에서 조 최고위원을 저격했다. 전 최고위원은 조 최고위원의 연판장 공개를 비판하며 “겨우 월요일에 ‘이해관계자간 회담’하기로 했는데 왜 판을 엎으십니까”라고 적었다. 또 “비대위 구성 당헌당규 제정과 동시에 지도부 총사퇴를 제안한다”고 했다.
◇당 안팎에선 내부 권력다툼과 지도부 분열로 인해 4·2 재보궐 선거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구로구청장 후보로 출마시키기 위해 영입한 김정철 개혁신당 수석대변인도 전날 직을 내려놓으며 출마 의사가 없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외에 당 차원의 공천관리위원회 구성 등도 최고위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신생 정당이 성장하는 진통 중 하나”라며 “지도부가 결단해 당을 수습하고 선거 준비에 매진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