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LH 직접수사서 결국 배제…측면 지원 역할에 '한탄·우려' 속출

by남궁민관 기자
2021.03.10 17:00:26

정부 합동 특수본 구성했지만 검찰은 결국 배제
검찰, 측면 지원만…협의체 등 신설·합조단 검사 1명 파견
"''버스수사''인데 고작…실효성 없는 보여주기식"
檢 내부 "잘했던 사건, 아쉽다"…일각 "묻으려는 것" 의구심도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과 관련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꾸려졌지만, 결국 검찰은 직접 수사에서 배제됐다. 단 검찰의 수사 역량을 활용하는 차원에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와 대검찰청 간 협의체를 신설하고 직접 수사 외 전수 조사를 맡은 국무총리실 주도 합동조사단(합조단)에 부동산 수사 전문 검사 1명을 파견한다는 방침인데, 검찰 안팎에선 ‘보여주기식’에 그칠 것이라는 불만이 흘러나온다.

9일 오후 경기 광명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광명시흥사업본부.(사진=연합뉴스)


10일 정부와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정세균 국무총리가 주재한 검·경 수사 협력 방안 긴급 관계기관 회의 결과 정부 합동으로 LH 투기 의혹 사건 수사를 위한 특수본을 구성하기로 했다. 국수본 주도로 운영되는 이번 특수본에는 18개 시·도경찰청, 관계기관 등 총 770명의 인력으로 구성되며 검찰 인력은 배제됐다.

다만 검찰에도 측면 지원을 맡겼다. 대검 차장과 국수본부장이 참여한 수사기관협의회 및 국수본과 대검 간 협의체를 신설키로 하고, 합조단에 검사 1명을 파견해 현재 진행 중인 전수 조사 과정에서 법률 지원을 맡긴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대검은 형사부를 중심으로 수사기관협의회 및 협의체 등 신설 조직과 관련, 구체적 지원 방안을 논의 중으로 조만간 논의 결과를 공식 발표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적 공분을 산 사건인데다 범위 역시 넓은 만큼 검찰의 특수수사 역량을 활용하겠다는 것인데,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검찰과 경찰 간 ‘유기적 협력’을 주문한 점 역시 의식한 결과로도 풀이된다.

다만 검찰의 실효적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다수 특수수사 경험을 가진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광범위한 수사가 필요한 경우 대검에서도 법률 검토팀에만 최소 3명 이상의 검사가 배치된다”며 “이번 LH 투기 의혹은 핵심 인사 몇 명이 연루된 이른바 ‘승용차 수사’가 아닌, 구속 수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버스 수사’라 하는데, 검사 1명으론 감당이 안된다. 더군다나 피의자들 면면 부동산실명법 위반이나 대출 사기 등 다양한 혐의가 적용될 수 있어 손이 많이 가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을 해놓은 이상 법에 따라 경찰이 직접 수사 주도권을 쥐는 동시에 국민적 요구에 따라 검찰의 수사 역량도 활용하기로 했다면, 전국 검찰청에 100명이 넘는 블랙 밸트, 블루 밸트 등 전문 검사 인력 중 서너 명만 모집했어도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질 수 있겠냐는 우려도 뒤따른다.

앞선 변호사는 “특수수사란 것이 고구마 줄기와 같은데 너무 힘을 주면 줄기가 끊어지고 반대로 힘을 적게 주면 줄기를 뽑을 수가 없다. 경험을 통해 쌓아온 섬세한 역량이 필요하다”며 “LH 투기 의혹의 경우 단순히 LH뿐 아니라 관계기관, 은행 및 부동산 업계까지 줄기를 이어갈 수 있는 사건인데, 경험이 없는 경찰 간부들이 이를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검찰 내부에서도 같은 맥락의 우려가 표출되고 있다. 최근 직장인 익명 게시판 애플리케이션인 ‘블라인드’에는 한 검찰 수사관의 게시글이 화제가 됐던 터다. 정부의 수사 계획을 두고 “망했다”고 격하게 비판한 그는 “검찰은 이런 것 하고 싶어하는 검사와 수사관들이 너무 많은데 안타깝다. 법치가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한 현직 검사는 “일 많은 것을 바라는 직장인이 어디 있겠냐”라면서도 “다만 이번 사건은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고 실체를 명확히 규명해야 하는 사건인 데다 특히 그간 검찰이 잘했던 사건이다. 때문에 일선 검사들 사이에 손발이 묶인 상태에서 아쉬움의 한탄이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을 배제한 정부의 속셈에 의구심 어린 시선까지 보낸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한 변호사는 “직접 수사권이 없는 국세청이나 금융위원회는 특수본에 참여시키면서 검찰은 수사권이 없다며 배제하는 게 맞는 일인가”라며 “검사들 성격상 정부 컨트롤에서 벗어나 사건을 파고들어 가려 할텐데, 정부가 이를 꺼리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든다. 이미 국회까지 불이 번진 모양새인데, 선거를 앞둔 마당에 적당히 LH 선에서 사건을 끝내려는 것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